9월

2009/09/0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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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7 제주 우도
Voigtlander Bessa R3a, Color-skopar 21mm f4, Fujifilm Provia 100






벌써 9월이 되었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요즘은 한 주가 참 빨리 지나가서, 월화수목금 정신없이 보내다보면 어느새 주말이 되고, 주말에 좀 쉬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 (그리 많이 하지도 못한다) 또 어느새 다른 한 주가 시작된다. 당연히 여름 휴가도 다녀오지 못했지만, 또 그리 어딘가를 가고 싶지도 않다. 작년만 하더라도 늘 어딘가를 향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들이 과연 있었나 싶을정도이다. 여튼 올해에는 11월이 될때까지 휴가가기는 어려울듯 싶다. 9월에도 학회, 10월에도 학회, 11월이 되면 좀 여유가 있을까? 이번에도 겨울 산사를 찾아 다니는 여정을 욕심낼 수 있을 정도.

얼마전 선배에게 '리비도고갈'이라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 성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가고 싶은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이 점차 사라진다. 다만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면, 그건 욕구가 아니라 필요성 때문이다. 이를테면 '멋진 가을 슈트가 갖고 싶다'가 아니라, '몸에 맞는 가을 슈트가 없으니 사야되겠네, 없으면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때 좀 그렇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또 며칠전에는 수술방 갱의실에서 다른 과 공보의를 만났는데, 그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억지로라도 행복해질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지 않으면 금새 골로 갈꺼 같아요. 행복해야되는데' 참 진지하지 않게 한 이야기지만 마음에는 깊게 와 닿았다.





2주전부터 집 앞에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예전에 다니던 곳과 비교하면 시설도 그리 좋지 않지만, 집에서 5분도 안 걸린다는 잇점 하나로 1년을 계약했다. 무엇보다 밤 12시까지 해서 주 중에는 한 두번만 빼고 갈 수 있는 편이고, 주말에는 되도록 꼭 챙겨가려고 하고 있다. 몸을 만들겠다는 목표라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유산소 운동하고 또 무게라도 들고 나면 지금보다는 몸이 덜 힘들어하겠지 하는 정도의, 치료적인 마음을 가지고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나름 집 앞 번화가도 거쳐서 운동하고 오면 마음에 환기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다.




얼마전 수술방에서 문득 든 생각. 잘 꾸며진 집, 맛있는 음식,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서의 목욕, 짙은 드립커피, 깊은 소리가 나는 오디오와 스피커,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편안한 소파, 이런 것들이 있었음 좋겠다는 욕망. 다른 사람들보다 여유와 의식주에서 벗어나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내심 이런 것들이 그리웠다. 이렇게 기본적인 욕구가 절실할때가 종종있다. 밤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문득 서울까지 미친듯이 밟아, 어디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오고 싶다, 라고 생각할때가 있지만, 다음날을 생각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그래도 일산에도 괜찮은 드립커피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나면 종종 들르게 되는 곳이 될듯 하다. 일산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이곳을 소개시켜드리겠음.




며칠전의 '당신의 밤과 음악'을 다시 듣기로 듣고 있는데, '사람은 보람으로 사는 존재같아'라는 멘트가 나온다. 반 정도는 수긍하고, 반 정도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당신의 밤과 음악'의 진행자의 목소리는 마음을 포근하게 하면서도 한 편 설레이게 한다. 이 프로가 밤 12시로 옮겨진 건,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2009/09/05 12:50 2009/09/05 12:50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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