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2008/09/27 22:59

수요일날 수술한 애기가 오늘 아침에 expire 했다. 수술 하고 나서 사실 그리 좋지 않았다. Glenn shunt를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실제 수술후 moniotring에 보이는 모든 수치는 좋은 예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나면서 많이 호전되었고, 이젠 ventilator weaning 까지 가능할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금요일 오후 5시에 atrial flutter가 나타나고, 이후 freqeunt PVC가 반복되었다. 원인이야 몇가지 생각할 수 있었지만 그걸 다 얘기할 건 아니고, 여튼 검사상 내가 대처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결국은 애기가 버티어내길 바라는 수 밖에. 오후 5시부터 꼬박 애기옆에 붙어 있느라 저녁 회진도 안 돌고, 대학원 수업도 가지 않았다. 밤 10시가 되서야 리듬이 좀 안정이 되는듯 해서 안심을 해서, 밤에 한 3시간정도 선잠을 잔 것 같다. 새벽 4시경부터 다시 불안정해지고, 4시 50분에 ventricullar tachycardia가 발생하여 6번 defibrillation을 하고서 돌아왔다. 미칠 것 같은 것이, 그렇게 리듬이 불안정한데, 모든 검사 - 전해질 수치, 동맥혈검사, 흉부 X-ray 까지 - 가 정상이었다. 결국 더 할 수 있을 것이 없어 sternum 이라도 열고 decompression 시키자는 생각으로 수술방 간호사와 마취과 의사들을 부르고 보호자 설명을 하던 중 아침 7시 경 다시 V. tach 이 왔고 2시간을 resuscitaion을 했지만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하다하다 안 되서 sternum을 열고 intraccardiac massage까지 해 봤지만 반응은 없었다.

누군가는 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하는 부분이 내가 너무나 냉정하는 사실이다. 죽음에 대해서 둔감하고 잘 잊고 보호자에게 감정이입없이 단호하게 말하고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싶을 정도로 냉정하다고들 윗 선생님들이 얘기하곤 하던 나 였는데, 오늘은 무척이나 마음이 좋지 않다. 한 살짜리 딸이 죽은 모습을, 흉골을 열고 심장을 손으로 쥐어짜는 의사들의 모습을 보고 오열하는 애기 엄마를 보고 웬지 내 조카가 죽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내게 의학적으로 실수가 있었느냐고 따지고 든다면 의학적으로는 나 자신을 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마음 속에는 계속 내가 뭔가 놓친 것이 있었는가, 내가 했어야 하는데 못 한 것이 있는가 하루 종일 생각했다.


중환자실에 가만히 앉아 있으니, 사람 운명은 정해져있다고, 죽고 사는건 의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게 그 아이에게 주어진 삶의 전부라고들 간호사들이 위로한다. 의사가 갖는 착각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모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나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든 죽음에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pediatric cardiac surgeon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른 분야의 흉부외과 의사가 된다하더라도, 오늘의 죽음이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놓친게 아니라면 앞으로 난 어떻게 이런 상황을 대처해야하는지는, 한동안 잊혀지지 않을 숙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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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ooeu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09/27 23:36
    다 자기 명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많이 힘드셨겠어요.
    전 비록 경제적인 지원이지만, 지원한 아이가 사망한 경우에,
    특히 무덤덤하게 전화주시는(물론 전화상으로만 침착하신거겠지만...) 부모님과 통화를 할때면 늘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은데 직접 대면하여 사망소식을 알리는 일은 더욱 힘들겠어요.
    의료진은 이런 부분의 스트레스가 클 것 같아요. 하지만 결국 스스로 스트레스를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느냐도 기술이겠지요...
    너무 깊게 감정에 동요되지 마시고 잘 이겨내시길 빌겠습니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09/28 10:09
      잘 이겨내야지요 뭐.. 또 제가 둔한 편이어서 며칠 지나면 별 신경 안쓰게 될 수도 있어요.. 흠..
  2. sso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09/28 01:13
    턱밑에 죽음이 맞닿아 있는 과를 전공하는 사람들은 늘 등에 없고 다니는 고민인 것 같다.
    사망선고를 하는 건 참 힘든 일이다.
    설령, refractory cancer 로 사망하였다 하더라도 말이지.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09/28 10:08
      이번 경우는 정말 신경많이 썼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였지만 며칠을 거의 못 자면서 환자를 봤는데, 그리고 그 arrest 상황에서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이 내가 주도해서 상황을 대면해야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나오니 허탈하고, 내가 부족해서 그런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리 위로를 받아도 결국 모든건 결과로 말하는 거고, 그 결과가 죽음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지는거같아요..

      결국 이런때는 지름신을 영접해야하는건가 --;
  3. H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09/28 18:26
    어린 환자 앞에서는 냉정함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지... 나 역시 보호자에게 냉정하고 칼같이 expire를 설명하지만 아이의 죽음을 부모에게 설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신모델 발표가 붐을 이루고 병원 생활 얼마 남지 않은 이 때... 지름신 강림의 조건은 갖추어졌는가...
  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09/30 02:30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3 22:55
      어느 시인인가가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나는데) 그의 시에서, '돌을 깎는 일에도 마음을 실을 수 있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종종 그 말이 갖는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할때가 있어요..
  5. 자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0/01 01:31
    감정이 풍부한 것과 냉정한 것 중 아무래도 냉철한 면을 강요당하는 사회인가봐요. 저야 아직 학생이라 선생님들처럼 냉정한 판단을 하기는 켜녕, 그런 판단을 할 지식조차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 하지만, 그렇다고 언제나 냉정할 수도 없고, 그 때 그 때 다른 상황이 올테니 말이죠.

    횡설수설이지만... 이런 고민들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는거겠죠. :)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3 22:58
      우리과 전문간호사가, 저보고, 선생님 겉보기하고 다르게 아직 많이 어린거 같아요, 라고 하더군요 :-)
      제가 생각하기에도 가끔은 제가 상당히 어른스럽지 못할때가 있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런지..
  6. 경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0/02 17:32
    그냥..상상조차도 하기 싫은 광경이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3 22:56
      1주일에 두 세번은 이런 일이 생기더라.. 요즘 내 내공이 안 좋아져서 그런건지 --;

      전화하고 싶어도 할 여유가 없어.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중환자실을 비울 엄두가 안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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