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0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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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아침 mortality 이후로 마음이 무거운 중, 화요일인가, 교수님이 저녁 시간에 갑자기 나오라고 전화를 하셨다. 음주를 즐기시는 교수님이 술을 전혀 안 하는 날 불러 놓고 술자리를 갖자고 하신건데,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 일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잘잘못을 가리는 얘기가 아니라 의미 심장한 얘기를 하셔서 더욱 마음이 무거워졌다.


너도 이제 몇 주만 있으면 공부하러 들어가고, 시험이 끝나면 전문의가 되고 주치의가 될 것이다. 너는 지난 토요일 죽은 환자가 왜 죽었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 다시 똑같은 상황을 접하게 된다면 어떻게 할 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느냐. 같은 환자를 또 보면 살릴 수 있느냐.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다면 넌 흉부외과 의사로서 주치의가 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너 자신보다 더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면 결혼하지 말아라. 그리고 그 여자와 함께 가질 아이는 당연히 너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수술방에서 가슴을 열어놓고 수술을 하는 아이들을 네 친자식처럼, 너 자신을 버리면서까지 사랑할 수 있는 그 친자식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주치의가 될 자격이 없다....


글쎄, 내가 환자를 보는 것에 있어서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는 의미의 질책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 자신이 양심에 걸리는 것이 없다. 그보다는, 내가 앞으로 흉부외과 전문의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그리고 주치의가 된다는 것이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해서 얘기를 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얘길 나눈지 이틀 후, 폐동맥판막 폐쇄증 환자에서 대동맥과 폐동맥을 바로 이어주는 중심 체-폐단락술을 시행했고, 수술 하고 중환자실에 나온지 정확히 1시간 반 만에 arrest가 발생했다. 대동맥에서 폐동맥으로 과도한 혈류가 빠지면서 심부전이 생기고, 동시에 급성 신부전이 생기면서 고칼륨혈증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부정맥이 발생하면서 눈으로 보는 앞에서 바로 심실세동이 왔다. 나는 의사 생활하고 나서 처음으로 고칼륨혈증으로 당하는 심장마비였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고칼륨혈증이 있다는 것도 처음 경험했다. 어쨌든 또 중환자실에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바로 흉골을 열고, open cardiac massage를 하면서 다시 돌아왔고, 혈류량을 줄여주기 위해서 클립으로 체-폐 단락을 일부 잡아 주었고, 신부전에 대처하기 위해 복막투석카테타를 삽입했다.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흉골에서 출혈이 되어 그날 저녁 다시 흉골을 열었고, 다음날인 오늘 새벽 다시 흉골을 열고 세척을 했지만 피를 멈추지 않아 오늘 오전 다시 수술방에 들어가서 지혈을 시키고 나왔다. 다행히 지금은 안정적인 상태. 어제 수술을 시작한 오전 9시부터, 오늘 다시 수술방에 들어간 9시까지, 그리고 재수술이 끝나고 애기 상태가 안정적이기 시작한 오후 2시까지, 침대에서 쪽잠을 잔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애기옆에 있었다. 그리고 생각한 것이 교수님이 내게 던져준 화두들, 그리고 애기 엄마가 울면서 우리 애기 좋아질 수 있을까요 라고 한 얘기, 그리고 흉골을 열어 놓은 상태에서도 깨어나 눈을 마주치는 애기의 눈빛이었다. 밤을 새서 피곤한 것도 아니었고, 애기가 죽을까봐, 그러면 교수님께 비난을 받을까봐 걱정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여기서 내가 밤을 새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과가 어찌되었던 최선을 다하고 내가 생각하는 흉부외과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중요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나서 오늘 저녁, 수술복을 갈아 입으려고 벗다가, 그 이틀 사이에 내가 흘린 땀이 고스란히 염분으로 남아 녹색 수술복 위해 남아 있는 걸 보았다. 이제는 안정적으로 변한 활력 징후와, 내 옷에 베인 소금기가 밤을 새운 피곤을 잊게 만들었다. 전공의로서의 시간이 이제 채 2주도 남지 않은 지금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되어 고맙고, 평생 가슴에 새길 화두를 받아 고맙다. 이런 마음 평생 잊지 않기를 바라며 기억을 여기에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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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0/04 03:56
    나도 뜬금 없는 댓글을 다는데... 심혈관센터 붉은색 수술복이 더 멋있는 거 같다. ^^; 요즘에는 다 없어졌나?

    그리고 의미 있는 댓글 하나... 너 자신보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봤자, 환자를 친자식처럼 생각한다면 그 여자랑 같이 살기 힘들 것 같다. 흉부외과 의사의 삶을 이해하고 용납할 부인이 그렇게 흔할까? 그래서 난 아무리 힘들어도 칼퇴근하는 응급의학과 쪽이 낫다. ^^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4 23:04
      제가 의사면허 딴 이후의 몇 번의 연애 실패의 거의 대부분의 원인은 제 직업 때문이었죠 --;


      빨간색 수술복은.. 제가 생각하기에도 제일 카리스마 넘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입지 않아요.. 전 심혈관원장님 라커에 몇 벌 세탁된 채로 prep된 걸 보긴 했는데 :-)
  2. repl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0/04 13:33
    가슴이 짠한 이야기네요. 기나긴 전공의 마치시는 것 축하드립니다. 흉부외과는 군의관 가셔도 힘드신가요? 마지막 레지던트 2주일 잘보내시길 바랍니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4 23:06
      실제로 군에서는 흉부외과 의사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가슴에 총 맞은 사람을 야전에서 살릴 수도 없고) 해서 큰 군 병원에서만 몇 년에 한 번씩 뽑고, 나머지는 공보의로 지역 종합병원으로 가거나 말그대로 공중보건의사가 되기도 합니다... :-) 제 신체 조건상 군의관으로 갈리는 없을꺼고.. 경기도 주변에 흉부외과 수술이 있는 병원으로 가고 싶은데 마음대로 될지 모르겠네요 :-)
  3. 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0/04 19:22
    정말 멋지십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네요.
    아무나 Thoracic surgeon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너무 수고하셨어요!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4 23:07
      저 역시 흉부외과는 아무나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제가 그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4. chlo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0/04 23:41
    전공의 막바지에 오셨군요. 이런 눈물 핑 도는 고민을 하시는 흉부외과의가 계셔서 정말 기쁘네요. ㅎㅎ

    언젠가 어린 꼬마(저랍니다^^;)에게 엄마를 되찾아 주었던 그 선생님처럼
    환자와 그 가족을 생각해주시는 좋은 선생님 되시길 기원해봅니다. ^^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5 01:18
      블로그에서 나윤선씨가 부른 Rainy day 라는 곡을 계속 돌려 듣고 있습니다... 덕분에 좋은 곡 또 알게 되었네요 :-)

      근데 블로그 주소 소스보기 막아 놓으셨나봐요? 주소좀 따보려했더니만 :-)
    • chloe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6 14:14
      Rainy Day 너무 좋죠^^
      소스 보기를 막아놓긴 했는데 아마 소스 보기가 열려도 주소를 따실 수 없으실 꺼예요~
      원하시면 메일로 보내드릴께요^.^
  5. 허진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8/10/06 10:15
    마음을 사로잡는 글입니다. 오늘 출근하면서 왠지 자꾸 생각이 났는데, 들어와 보길 잘했군요. 고생스럽겠지만 정말 감사드리고, 환자의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낫게 해주는 훌륭한 의사 선생님이 돼 주세요. 마음으로 응원하고, 또 기도하겠습니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8/10/06 19:49
      아, 예전에 저도 huhball 님 블로그를 참 열심히 다녔는데, 요즘은 잠시 잊고 지냈습니다.. 다양한 면에서 박학하심이 늘 부러웠거든요.. 이제 좀 짬이 나면 다시 열심히 정독하도록 하겠습니다. :-)

      칭찬의 말씀은, 가슴 깊이 새기도록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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