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008/10/30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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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3
Canon 1DMark III with EF 50mm 1.2L



아직 도심은 가을이 오지 않았다. 날이 추워지면서 잎들은 떨어졌지만, 나뭇잎들은 아직 온전한 가을빛은 아니다. 나뭇잎이 붉게 혹은 노랗게 물들어 가는 과정은 보기처럼 낭만적인 것이 아니라, 잎들이 겨울의 추위를 대비하기 위해서 엽록소를 잃어가는 과정이다. 혹독한 시기를 견디기 위해서 자기의 일부를 줄여가는 시간. 날이 적당한 일교차를 갖고 천천히 추워진다면 식물은 겨울나기를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고, 그런 해일수록 단풍잎은 곱고 또 깊어진다.

어쩌면 중요한 건,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죽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날마다 죽어가고 있다는 깨달음은 이제는 진부한 사실이 되어버렸지만, 그 죽음을 얼마나 하루하루 생활에서 깨닫고 있는 것일까. 몇 해 전인가 라디오에서, 만약 내가 오늘 당장 죽는다면 과연 보람있는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며 고민하던 누군가의 말이 기억이 난다. 그 사람은 내 또래의 회사원이었는데, 아무 보람없이 죽는게 너무나도 두려워서, 그 고민을 시작하면서부터 가진 돈의 상당 부분을 기부를 하면서 살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내가 오늘 죽는다면 후회가 없이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껏 살아오면서 과연 나는 어느 순간 가장 행복했고 보람있었던 것일까.

단풍잎이 물들 듯이, 죽어가기 전에 고운 빛깔을 가질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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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3
Canon 1DMark III with EF 50mm 1.2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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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egory : Trac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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