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09/09/0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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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7 제주 우도
Voigtlander Bessa R3a, Color-skopar 21mm f4, Fujifilm Provia 100






벌써 9월이 되었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는다. 요즘은 한 주가 참 빨리 지나가서, 월화수목금 정신없이 보내다보면 어느새 주말이 되고, 주말에 좀 쉬고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 (그리 많이 하지도 못한다) 또 어느새 다른 한 주가 시작된다. 당연히 여름 휴가도 다녀오지 못했지만, 또 그리 어딘가를 가고 싶지도 않다. 작년만 하더라도 늘 어딘가를 향해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들이 과연 있었나 싶을정도이다. 여튼 올해에는 11월이 될때까지 휴가가기는 어려울듯 싶다. 9월에도 학회, 10월에도 학회, 11월이 되면 좀 여유가 있을까? 이번에도 겨울 산사를 찾아 다니는 여정을 욕심낼 수 있을 정도.

얼마전 선배에게 '리비도고갈'이라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다. 성욕이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였다. 가고 싶은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들이 점차 사라진다. 다만 무언가를 가져야 한다면, 그건 욕구가 아니라 필요성 때문이다. 이를테면 '멋진 가을 슈트가 갖고 싶다'가 아니라, '몸에 맞는 가을 슈트가 없으니 사야되겠네, 없으면 공식적인 자리에 나갈때 좀 그렇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또 며칠전에는 수술방 갱의실에서 다른 과 공보의를 만났는데, 그가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억지로라도 행복해질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지 않으면 금새 골로 갈꺼 같아요. 행복해야되는데' 참 진지하지 않게 한 이야기지만 마음에는 깊게 와 닿았다.





2주전부터 집 앞에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예전에 다니던 곳과 비교하면 시설도 그리 좋지 않지만, 집에서 5분도 안 걸린다는 잇점 하나로 1년을 계약했다. 무엇보다 밤 12시까지 해서 주 중에는 한 두번만 빼고 갈 수 있는 편이고, 주말에는 되도록 꼭 챙겨가려고 하고 있다. 몸을 만들겠다는 목표라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유산소 운동하고 또 무게라도 들고 나면 지금보다는 몸이 덜 힘들어하겠지 하는 정도의, 치료적인 마음을 가지고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나름 집 앞 번화가도 거쳐서 운동하고 오면 마음에 환기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다.




얼마전 수술방에서 문득 든 생각. 잘 꾸며진 집, 맛있는 음식,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에서의 목욕, 짙은 드립커피, 깊은 소리가 나는 오디오와 스피커, 거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편안한 소파, 이런 것들이 있었음 좋겠다는 욕망. 다른 사람들보다 여유와 의식주에서 벗어나 살고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내심 이런 것들이 그리웠다. 이렇게 기본적인 욕구가 절실할때가 종종있다. 밤 늦게 퇴근하는 날이면, 문득 서울까지 미친듯이 밟아, 어디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오고 싶다, 라고 생각할때가 있지만, 다음날을 생각해서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그래도 일산에도 괜찮은 드립커피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시간이 나면 종종 들르게 되는 곳이 될듯 하다. 일산에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이곳을 소개시켜드리겠음.




며칠전의 '당신의 밤과 음악'을 다시 듣기로 듣고 있는데, '사람은 보람으로 사는 존재같아'라는 멘트가 나온다. 반 정도는 수긍하고, 반 정도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당신의 밤과 음악'의 진행자의 목소리는 마음을 포근하게 하면서도 한 편 설레이게 한다. 이 프로가 밤 12시로 옮겨진 건,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하다.





2009/09/05 12:50 2009/09/05 12:50
by 박성용

근황

2009/08/23 01:51

 

토요일 저녁, 내과 선배와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말은 이런 내용이었다. '의사가 좋은 점은 남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과의사는 자신의 complication rate 0%, mortality 0%를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고민하고 술기를 훈련하면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다른 직업들은 다른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가. 의사는 단지 자기 자신만을 이겨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누군가를 시기하고 경계하며 깎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누군가를 질시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어쩌면 다른 의사 누군가를 경계하고 질시하는 마음이 드는 것 부터가 본말이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마음이 옹졸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요즘,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리고 내가 경쟁해야하는 상대는 나 자신이다. 내 자신의 지식, 내 자신의 술기, 내 자신의 우유부단함, 내 자신의 약함과 게으름.




토요일 오후 갑자기 emergency가 생겨 수술에 들어가고, 그 때문에 약속 시간에 1시간 반이나 늦어버리고, 그래고 급한 마음에 자유로에서 과속을 하고 있던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가로등불들, 그리고 적절한 속도감이 문득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4중주에 이어 쇼팽에 녹턴이 나왔고, 그 두곡이 흐르는 사이에 일산에서 신촌까지 도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난 몇 주간의 시간 중 가장 아무 생각없이 릴렉스되었던 순간이었다. 일 때문에 병원 앞에 집을 구해서 살고 있지만, 멀리까지 출퇴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유로와 강변 북로를 달릴때의 쾌감, 그리고 집 또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방향성, 그리고 음악과 가로등불들이 주는 포근함, 이런 만족감을 매일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 집 앞에서 병원까지 10분이면 가는 생활에서는 이런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다.




지난 한 달간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지난 한 주 중에 점심을 챙겨먹은 적은 한 번 밖에 없다. 일이 많고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적이 없지만 일이 고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미묘한 인간 관계나 그 안에서의 알력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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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사진은 한 장 있어야 할꺼 같아서 침실 사진. 그래도 하루 중 누워서 잘 때가 제일 편하다.. --; 벽의 사진은 내가 예전에 직접 촬영한 사진들... (예전 포스팅에도 나오던 사진들임..)









2009/08/23 01:51 2009/08/23 01:51
by 박성용

근황

2009/08/06 00:16

 

1.

밤에 잠깐 여자친구 만나러 서울에 들어갈 준비를 하는데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집을 나서려고 셔츠를 입는 순간에 바로 전화가 울림.) 내과 1년차, 병동의 환자가 오후 4시부터 숨이 차고 오후 8시부터는 subcutaneous emphysema가 생겨서 chest를 찍었다고 저녁 9시에 전화를 했다. 일단 사진에는 pneumothorax도 없고 subcutanoues emphysema도 없었지만 며칠 사이에 pneumonia가 심하게 진행되었고 당장이라고 intubation이 필요할 듯 싶었다. Lung 자체는 bullous해서 pneumothorax와 감별이 되지 않아, 나라면 지금 intubation 하고 vital 보면서 CT 찍어볼텐데요, 라고 하니 CT를 찍고 연락을 준단다. 덕분에 만나기로 한 약속은 취소되고, 결국은 30분 후에 확인한 CT로는 흉부외과 의사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Surgical procedure의 적응증은 아무것도 없어요, 라고 1년차에게 말하며 밤 10시 반에 다시 병원 가기 싫었기에 다행이다 싶었지만, 이렇게 별거 아닌걸로 만나기로 한 약속이 취소된 건, 참 씁쓸했다.

그러고보니 별거는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1년차도 답답했을테고, 무엇보다 환자가 좋아질꺼 같지가 않다. Decision making 과정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확실하게 하고 싶은 부분들이 꽤 있지만, 내 담당이 아닌 환자인데 쓸데없이 참견하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 지금은 내 이런 생활을 이해해주는듯 싶지만, 언제까지나 계속 이해받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된다. 나는 그냥 이런 사람이고 이렇게 사니까 이해해줘, 라고 말하는 것도 상당히 이기적이고.

그나저나 왜 내과의사들은 '갑자기' 환자가 안 좋아지면 '외과적인 처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내과적인 문제로 '갑자기' 나빠지는 걸 인정을 못 하는 것일까.




2.

일요일부터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일요일은 이런저런 일로 말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았고, 월요일은 그 일을 처리하느라 수술이 밤 8시에 끝나 집에 들어가니 10시가 넘었다. 월요일은 첫 끼 식사가 밤 10시에 먹은 사발면이었다. 화요일은 아침부터 esophagus환자가 carotid artery가 터지는 바람에 응급수술. (그래도 출근한 직후에 터진게 환자가 운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한밤중에 그랬거나 한 낮에 수술하고 있을때 그랬다면 환자는 아마 지금 살아있지 못했을듯.) 수술은 별 문제없이 일찍 끝났는데 이것저것 하고 집에 들어가니 또 10시. 수요일은 맘잡고 8시에 집에 들어왔는데 위의 그 이벤트로 한참을 고민하고 약속은 취소되고.

벌써 8월인데 여름 휴가는 꿈도 못 꾸고, 그리 가고 싶지도 않다. 날도 그리 덥지 않은데다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에는 선선하고, 낮에 병원 안에서만 있으면 더운 것도 모르고 지낼 수 있다. 갈 수 있다면, 9월 말쯤에 제주도나 다녀올 수 있을까.



P.S.
하소연하는 듯한 포스팅은 안 하려고 했는데. 거참.

가끔 소개팅하겠냐고 연락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제 신경써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연락 준 후배한테도 연락을 해 줘야 하는데 일요일부터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빴어서.. --a





2009/08/06 00:16 2009/08/06 00:16
by 박성용

수술 모자

2009/07/3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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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중환자실 수간호사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았다. 선물이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여튼 수술방에서 쓰라고 두건 형태의 surgical cap을 두 개 받았다. 일반적인 경우 일회용 수술방 모자를 쓰거나,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일회용 대신에 천모자를 쓰곤 하는데 그 색은 대게 수술복 색에 맞춰 녹색이나 하늘색이다. 가끔 외국 의학드라마를 보면 외과의사들이 자신만의 개성있는 색과 모양의 모자를 쓰는 모습이 나오고, 그런 의미에서 이런 모자들을 만들어파는 모양이다. 그러나 받으니 고맙기는 하지만, 선뜻 이 모자를 쓰고 수술방에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았다.


지금 있는 병원의 선생님이 일전에 마음에 새겨 둘 만한 얘기를 해 주신적이 있다. '앞에 어시스트를 누구를 세우냐에 따라서 수술 결과가 틀려진다면, 그건 오페레이터로서 자기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야. 누구를 세우고 하던 늘 똑같이 잘 할 수 있어야 자기 수술이라고 할 수 있는거지.' Operator로서 1st assistant로 전문의의 도움을 받느냐, 인턴을 데리고 수술을 하냐, 아님 학생을 데리고 수술을 하냐에 따라서 수술 결과가 틀려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어제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흉선절제술을 하는데, 최근 며칠 사이 인력도 부족해 어쩌다보니 인턴과 함께 수술을 하게 되었다. 만약 경험이 많은 수술방전문간호사와 함께 수술을 했다면 마치 뛰어난 네비게이션을 켜 놓고 수술을 하는 느낌을 받았겠지만, 인턴과 함께 수술을 하니 아주 작고 사소한 술기마저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traction을 해야 하는지, 실은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어딜 잡고 보여줘야하는지 일일이 다 말해주면서.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skin to skin으로 하고 나니 어제 저녁에는 너무 피곤했다. 그리고나서도 수술 결과 중 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어 하루 종일 마음이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서에서 이제 막 수술을 배우고 있는 1년차 전문의로서 저런 화려한 모자를 쓰면, 수술도 아직 잘 못하면서 겉멋만 들었다는 얘기를 들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니, 남들이 뭐라하던지간에 나 스스로 나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인턴이랑 수술하면서도 힘들어하면서 왜 겉멋만 들었는지 말이다. 왜 오늘 선물받은 모자를 쓰고 들어가지 않았냐는 중환자실 간호사들의 질문에, 어 한 20년쯤 지나면 떳떳하게 그 모자를 쓰고 수술방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아니에요. 라고 대답했다.

근데 20년 후면 모자를 안 쓰고 수술해도 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2009/07/31 21:44 2009/07/31 21:44
by 박성용

네비게이션

2009/07/25 20:34

 

예전에 아이나비를 사용하다가, 7인치 짜리 네비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구입한게 엑스로드 V7이었다. 3년차 말에 구입을 했으니 벌써 1년 6개월이 넘은 모델이었는데, 이 제품이 자주 이유를 알 수 없이 다운되는 현상이 있어 사용하기에 상당히 불편해하던중 (승환이형과 함께 여행을 갔을때는 네비를 새로 사라는 얘기를 들었을 정도로 --;)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SD 메모리 불량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 업데이트를 시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우선 인터넷에서 V7과 호환된다는 SDHC memory 4GB 모델을 확인하고, 트렌센드 SDHC를 하나 구입했다. 4GB 분량을 집 인터넷으로 업데이트 하려니 몇 시간이나 걸렸다. (광랜이라는 Xpeed의 문제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 LG의 광고에 상당히 불신을 하게 되었음) 그리고 네비에 삽입하고 전원을 켜자 네비가 메모리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포맷하고 다시 하면 된다고 해서 다시 설치. (병원에서 하니 시간은 훨씬 적게 걸리긴 하더라. Xpeed가 병원 네트워크보다 느리다니.. 사용료가 상당히 아까움.) 그래도 또 안되서 엑스로드 홈페이지를 다시 잘 찾아보니 펌웨어 버전에 따라 SDHC는 인식이 안 될 수 있다고 한다.

원래 쓰던 2GB 짜리 SD 메모리에 펌웨어 업데이트 파일을 복사하고 업데이트를 하려니 네비가 업데이트 중 다운이 되고, 설상가상으로 네비 전원까지 끊겨버렸다. FAQ에서 펌웨어 업데이트를 하다 전원이 끊기면 무조건 센터로 들고 오라는 글을 봤기 때문에 갑자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콜센터에 전화를 하니. 상담원은 원칙적으로 센터로 가지고 들어와야 하지만, SD 메모리 에러에 인한 펌웨어 업데이트 실패의 경우 에러가 안 나는 메모리로 다시 시행해보면 되는 경우도 있으니 다시 해 보라고 한다. (되는 경우도 있다니. 이게 상담원이 할 얘기인가 싶지만 --;) 이번 기회에 네비 새로 사버릴까, 내지는 GPS 달린 스마트폰으로 네비를 써 볼까 별의별 생각을 다하다가 일단은 토요일에 센터에 들고가자 싶었다.

토요일 오전은, 지난 주 주말에 기관삽관을 하고 tracheosomty 한 후에 금요일에 겨우 ventilator weaning 성공한 할머니가 자꾸 ileus도 심해지고 CO2 retension도 되고 해서 다시 ventilator 달고 지켜보느라 시간이 다 가버렸다. 더욱이 전날 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또 토요일 저녁 돌잔치를 때문에 서울 들어갈지도 모르는데 하루에 두번이나 서울 일산을 왕복하기 싫어 그냥 다음주에 가지, 하고 자포자기 한 상태였다.

토요일 오후 4시쯤 퇴근해서 혹시나 싶어, 카메라에 있던 대만산 SD 메모리를 꺼내어 (분명 엑스로드 홈페이지에서는 호환이 안 된다고 하던 그 모델로) 펌웨어 업데이트 파일을 복사하고 네비를 켜자 다행히 업데이트가 된다. 그리고 호환성의 문제가 있을듯 하여 다시 4GB 짜리 메모리로 바꾸고 시행하자 역시 작동이 된다. 아직 장기간 사용은 안 해 봤지만, SD 메모리가 문제였다면 새 메모리로 바꾸었으니 당분간은 잘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요즘 새로나오는 네비 모델을 보니, GPS 수신율도 상당히 향상되고, 무엇보다 무료 TPEG 기능 (결국은 초기 구입비용에 다 포함되기 때문에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들 하지만) 등 탐나는 부분들이 참 많다. 무엇보다 TPEG을 통해 실시간 교통 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일전에 스마트폰 내지는 핸드폰으로 웹서핑을 하는 것 만큼이나 부러운 기능이다. 지르러면 지를 명분은 있지만, 나이들어가니 젊었을때처럼 이것저것 사는게 그리 마음이 편하지는 않아서 네비 고친김에 단종되기 전까지는 계속 써야겠다.



P.S.
근데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받으면 뭐하나? 어차피 내가 서울 들어가고 나가는 시간대는 교통이 막히는 시간대가 아닌데 말이다. 밤 늦게 나서면 일산에서 신촌까지 늘 30분, 부모님 댁까지는 늘 40분이다. 새벽에 좀 밟으면 20분대에도 가는 거리인데 TPEG이 사실 그리 크게 필요치 않다. 다만 자기 만족일 뿐이지 --;


P.S 2
위에서 환자를 '할머니'라고 하고 나서 환자의 생년월일을 보니 어머니와는 8살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모보다는 어린셈이다. 나는 부모님이 늙지 않는다고 느꼈는데, 어느새 밖에 나가면 할머니 할아버지 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다. 뭔가 기분이 묘해진다.

금요일에는 일본 영화 '걸어도 걸어도' 를 봤는데 그 영화 생각이 나면서 마음이 좀 씁쓸해진다. 시간이 있는 분은 찾아 봐도 후회하시지 않을듯 싶다. 평론가 이동진씨가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은 영화인데, 그 정도로 좋다고는 생각은 들지 않았으나 마음에 잔잔히 오래남는 영화인것은 분명하다.




2009/07/25 20:34 2009/07/25 20:34
by 박성용

근황

2009/07/19 10:48

 

1.

어제 승범이형 얘기를 듣고 덜컥 가입신청을 해 놓고서 잠시 뿌듯해하다가, 과연 내가 이걸 얼마나 쓰게 될까 다시 고민중이다. 하지만 12개월 약정을 했기 때문에 1년간은 써야 할 듯.

http://www.wibrokt.net/sub04_b2200.htm

와이브로를 사용해서 무선 AP를 만들어주는 기계인데, 개인적인 주용도는 아무데서나 빨리 인터넷을 쓰기 위해서이다. 병원 밖을 나왔는데 급하게 X-ray를 봐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주위에 인터넷이 되는 컴퓨터는 없고 찾아다니기도 번거롭고 하면 바로 에그를 켜고 노트북을 켜면, 그 자리에서 바로 인터넷으로 병원 OCS에 접속해서 사진 확인이 가능하다. 지난 금요일밤, 비가 무척이나 많이 오던 날, 환자가 aspiration이 된다고 연락이 와서 급하게 찍은 사진을 보고는 싶은데 도저히 갈 곳이 없어 이대후문에 프린스톤 스퀘어에 들어가 커피 한 잔 시키고 사진을 확인했다. 이런 식으로 커피 두세번만 사 먹으면 한 달 사용료가 빠진다. --;


사실 요즘 더 끌리는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하는 것인데, 예전 승환이형과 여행을 할때 이동하면서 실시간으로 여행정보, 음식점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는걸 보고 흥미를 가졌다가, 요즘 들어 괜시리 이게 필요해, 하고 몇 주째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는 중이라 --;



2.

어제 의국 2년 선배인 현철이형 결혼식이었는데, 이전에 봐 오던 결혼식과는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마치 잘 꾸며진 디너쇼를 보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어색했지만 앞으로 2-3년 내에 젊은 사람들이 결혼할때는 이런 분위기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금요일 저녁에 집담회도 그렇고, 토요일 저녁 현철이형 결혼식도 그렇고, 모임에 나가면 결국에는 의국 선후배 내지는 동문들을 만나게 되는데, 나이들면서 이런 관계에 더 애착을 갖게 된다. 더욱이 모교가 아닌 외부에 나가서 외롭게 지낼때는 학생기간이나 수련기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을 만날때 마음이 참 편해진다.



3.

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들은 다 느끼겠지만, 나는 정말이지 비정치적인 인간이다. 시사문제로서 정치에 관심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상충될때 그걸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modulation하려는 행위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며, 본질보다 이 행위에 더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경멸하기까지 한다.

그런데 본질과 무관하게 정치를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요즘 새삼 느끼게 된다. 내가 아무리 조용히 지내고 싶어도 옆에서 누군가는 자꾸 문제를 만들어오기 때문이다. 어제 잠깐 짧게나마 홍석이형과도, 또 승범이형과도 이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었는데, 결론은 하기 싫어도 해야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이걸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이 사회를 경험해간다는 의미일테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몇 달 사이 많이 늙어버렸다.







2009/07/19 10:48 2009/07/19 10:48
by 박성용

하트

2009/07/1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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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센터에서 일을 시작한지 두달 만에 skin to skin으로 혼자서 한 수술 후 사진. 주먹 크기만한 종격동 종양이었고, phernic nerve 위치가 종양과 인접해서 수술 내내 내가 신경을 끊어먹은건 아니겠지 하며 조마조마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무런 문제없이 회복중이다. sternum 아랫쪽으로 chest tube를 두 개 넣었는데 의도하지않게 그 모양이 양쪽 대칭을 이루면서 위쪽 1, 2, 3번 rib과 함께 하트모양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RUL atelectasis에만 신경이 쓰여 하트모양임을 깨닫지 못하다가 한 선생님이 얘기해주셔서야 나름 재미있게 되었구나 싶었다.


이런걸 보고 재미있다고 하면 좀 변태스러운건가? :-)






2009/07/12 15:51 2009/07/12 15:51
by 박성용

한 주

2009/07/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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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9 서울
F80D with AF 18-35mm, Kodak E100VS
Scanned by Nikon Coolscan IV ED






금요일 오후에는 서울 플라자 호텔에 있는 학회에 갔다가, 병원에서 응급실 콜을 받고 밤 8시에 택시를 타고 일산 병원으로 돌아왔다. 간만에 금요일 저녁의 여유, 초여름 밤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모처럼 서울광장에서 음악 소리도 들리고 분수도 아름다웠는데 학회 마치자마자 chest tube 하나 넣으러 서울에서 일산까지 택시타고 들어가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에는 아침에 일어나 회진을 돌고, 10시쯤 신촌에서 하는 학회에 가서 공부 좀 하다가, 오후 4시쯤 또 병원에서 콜을 받고 일산까지 돌아가 intubation 하고 ventilator 달고, 오후 6시쯤 다시 신촌으로 돌아왔다. 토요일에서는 일산에서 신촌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3번이나 왕복을 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플 정도로 --;) 하지만 차라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할 일이 있고 목표가 있는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다.


어떻던지간에 실력과 지식으로 같은 흉부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적어도 '믿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믿을 수 있는 흉부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어쩌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잃고 또 포기해야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무엇을 잃고 포기해야 하는가에 대해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참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건 알 수 있다. 분명 무언가를 잃겠지만, 지금은 그게 무엇이든 그냥 덤덤할 뿐이다.



오늘(일요일) 저녁에는 병원으로 창영이형과 현주 누나가 놀러와서 모처럼 저녁을 함께 먹었다. 레지던트때는 창영이형한테 참 많이 얻어먹었는데, 이제는 (이런 표현은 우습지만)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오랫만에 만나니 반가웠고, 31개월된 혜림이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듯 해서 기뻤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결혼하면 예쁜 딸을 가졌으면 한다.


목요일 저녁에는 현재 근무지에서 일하는 모교 출신들의 동문회가 있었다. 그냥 내 또래의 젊은 선생님들만 나오는 자리인줄 알았지만, 높은 선생님들까지 다 나오는 자리에서 생각처럼 편하지는 않았다. 제일 연장자인 선생님은 내가 태어난 해가 졸업년도였으니, 나보다 약 25년 선배이신 셈, 작은 아버지 뻘이었다.

모교에 대한 애착은 그리 많지 않고, 또 학연에 연연하는 것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밖에 나와서 객관적으로 보니 모교에서 감사히 잘 배우고 나왔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하게 된다. 남들은 양아치처럼 보인다고해도 그래도 우리처럼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예의바르며, 환자를 생각하는 학풍을 가진 병원도 없다. 어쨌든 그런 분위기에서 배울 수 있었던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P.S.
사진 원본은 다른 컴퓨터에 있어서 간만에 작은 사이즈의 사진을...




2009/07/05 22:53 2009/07/05 22:53
by 박성용

초여름

2009/07/02 00:34

 

User image


2005.6 서울
Epson R-D1 with Voigtlander Nokton 35mm 1.2


1.

어느새 달력을 보니 7월이 되었다. 매년 계절이 바뀌고 그에 따라 꽃이 피는 것을 보며 시간이 흘러감을 느껴왔는데, 올해는 2009년 2월 부터 그 이후까지의 시간이 비어있는 것 처럼 느껴진다. 5월에 장미를 봤던가. 6월에 능소화가 피어있는 것을 본 적이 있던가. 마치 어느새 자고 일어나니 달력은 2009년 7월이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직장에서 일하게 된지도 이제 겨우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장난삼아 며칠을 더 일해야 전역하는가를 따져보니 1034일이 더 남아 있다. 어쩌면 내 인생에서 1000일이 이렇게 비어있는 시간, 달리 기억이 남아 있지 않는 시간으로 남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2.

얼마전에 승범이형과 얘기하다 문득 깨달은 것인데, 어찌되었든 내 지금의 모습은 10년전의 학창시절과도, 5년전에 처음 의사가 되었을때와도 확연히 달라졌다. 대학에서 학풍에 따라 사회화가 되었고, 수련병원에서 의사로서 사회화가 되었고, 또 전공과에서 또 다시 사회화가 되었다. 최근 4-5년이 지금 내 삶과 가치관의 70% 이상은 만들어 놓은게 아닐까. 가끔 예전 홈페이지에 남겨 놓았던 글들을 읽어보면, 이전에 내가 과연 이런 생각을 하고 지냈나 싶을 정도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 과정이 어떻던지간에 지금 나는 의사로서의 삶을 살고 있고, 그것도 일반적으로 이해받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누군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비슷한 일을 하고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 가치관이 같지 않더라도 이해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편하다고 느끼게 된다. 가끔 다른 사람들과 삶이 있다고 꿈꾸기도 하지만, 지금의 나도, 그리고 앞으로 몇 십년간의 나도 지금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며, 이 틀을 굳이 깨뜨리거나 바꿀 이유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3.

그런 의미에서 내 자신을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고 편안하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고맙다고 느껴진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어서.



2009/07/02 00:34 2009/07/02 00:34
by 박성용

20090625

2009/06/25 15:15

 

1.

아침에 출근해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최근 안락사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고 여지껏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다. 김할머니의 보호자측이 '불필요한 치료에 대한 위자료를 병원에 청구했다'는데, '인공호흡기가 필요없음에도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였다' 라는 것이다. 한정호 선생님 블로그에 있던 내용을 빌리자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인공호흡기를 설치한 것이 과잉진료이다.'
'불필요한 의료행위(인공호흡기)로 생명이 연장되어 그 기간 동안 보호자들이 심적 고통을 받아서 위자료를 청구한다.'

라고 한다. 인공호흡기를 뗐는데 바로 돌아가시지 않으니 과잉진료라는 의미이다.

아주 가끔 이런 경우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weaning이 되지 않고 lung은 안 좋아져서 거의 hopeless로 무작정 ventilator를 제거했지만 의외로 환자가 잘 견디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듣고 본 경우에는 곧 호흡기계의 합병증으로 인해 다 돌아가셨다. 정확한 환자의 상태는 모르지만, 일반적인 예후를 보면, 당장 respiratory insufficiency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조만간에 secretion내지는 aspiration으로 인한 pneumonia가 올 것이고 이로 인해 돌아가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이 바로 병원에서 말하는 '2주에서 4주사이'의 의미이다. 어떤 이유던지 hypoxic brain damage를 입은 환자들을 ventilator weaning을 했다고 해도, 결국은 이런 예후를 거쳐 대부분 사망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설령 weaning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도 weaning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송에 걸려있고 언론이 다 지켜보고 있는 상태에서 무리수를 둬 가며 weaning을 하고 돌아가시게 할 필요가 있을까?

인공호흡기로 인해 생명이 연장되어 보호자들이 심적으로 고통을 받았다면, 호흡기도 달지 않고, 아니면 호흡기를 떼자마자 돌아가셔야 심적인 고통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모든 침습적인 검사에는 위험이 따르고 그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검사에 동의하고 진행했다는 얘기는 이런 위험 부담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검사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돌아가시면 돌아가신것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고, 돌아가시지 않게 resuscitation을 하면 불필요하게 살려 놓았다고 책임을 져야 하면 의사는 늘 멱살만 잡히는 직업인가?




2.

보호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러는지 몰라도, 결코 일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을 넘어 버렸다. 차라리 검사중에 문제가 생겼으니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받고 끝내는 것이 깔끔할뻔 했다. 그 이상을 넘겨서 얘기하는 것은, 도대체 저의가 뭔지 궁금해질 뿐이다.




3.

임상의로서 시간이 흘러갈 수록 이상한 환자 보호자가 많다는걸 깨닫게 된다. 덕분에 어떤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건 욕만 안 하고 멱살만 안 잡으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참으로 쿨한 임상의가 될 듯 싶다.





2009/06/25 15:15 2009/06/25 15:15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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