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2008/09/1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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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몇 년전에 분명히 읽었지만 읽었을때의 감흥은 지금도 가물가물하고, 이런 책이 있었다는 정도와 대강의 내용만이 기억에 남아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소설이 영화화되어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국내에는 아직 개봉이 되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마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지는 않을 것 같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소설과 영화를 맞추어보는 재미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든다. 그건 감독의 문제도, 시나리오의 문제도, 배우의 문제도 아닌,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53년간 기다린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마법같고 신비한 분위기를 영화로 풀어내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이를테면, 페르미나 다자가 아버지에 의해 산골 마을로 쫓겨나는 장면은, 소설에는 지루하리만큼 자세하게 묘사하고, 그로인해 마치 독자가 당나귀를 타고 흙먼지 날리는 산길을 걷는듯한 느낌을 주는 반면, 영화에서는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잠시 나올 뿐이었다. 더욱이 그 먼지 쌓인 여정동안 수없이 보내지는 플로렌티노 아리자의 전보들 또한 한 번의 에피소드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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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듯 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킬러 역할로 나온 하비에르 바르뎀이었다. 두 영화에서 어떻게 이렇게 다른 역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었을까. 전작의 완고하고 잔인한 킬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나약하고 사랑만을 쫓는 사나이의 역할이 잘 어울렸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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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소설을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포스터에 나온 문구가 아닐까 싶다. 'How long would you wait for love?'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50년을 넘게 기다려온 사랑이야기 이상의 무엇이 이 소설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흠.


P.S.

페르미나가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장면이 꽤나 의학적으로 볼때 재미가 있는데, 의사는 청진을 하기 위해서 환자의 상의를 다 벗기고 직접 귀를 환자 몸에 가까이 대고 소리를 듣는다. 이런 신체적인 접촉이 페르미나와 남편 (의사) 과의 첫 만남과 육체적인 끌림을 시사하게 된다. 사실 청진기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에는 이렇게 직접 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었고, 현재 의학에서도 청진음을 기술할때 당시의 관습이 남아 있어, 가장 소리가 크게 들리는 Grade III, IV는 청진기를 대지 않고 가까이서 귀로 들었을때 소리가 들리는 경우를 말한다.

청진기가 생김으로서 의사는 더 정확하게 청진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혹자는 청진기가 의사와 환자의 거리를 벌려 놓은 최초의 의학적 도구라고 얘기한바있다. 여튼, 이 소설에서는 청진기없이 청진을 하다 두 남녀가 끌리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뭐,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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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WV 1056, Harpsichord No.5 in Minor F, Largo

2008/04/18 13:30

일전에 누군가와 음악에 대해 얘기하면서, 바흐에 대한 나의 생각과 그의 생각이 같음에 기뻤던 적이 있다. 바흐는 바다와 같다, 결국 서양 음악의 시작은 바흐에서 비롯된다, 는 등의 바흐에 대한 찬사는 개인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대신 나는 그의 음악을 들을때마다 일체의 감정이 배제된 euthymic 한 느낌을 받곤 한다. 차이코프스키나 라흐마니노프가 격정적이고 감정의 선이 굵어 일견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들릴 수 있으나 너무 감정에 몰입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흐는 늘 감정의 기복이 없는 단정되고 정돈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그가 서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단정되고 절제된 감정 표현, 그 안에 녹아 있는 사랑, 신에 대한 경외. 이것들이 바흐를 감상하는 내 기본 코드이다.

얼마전 개봉했던 '잠수종과 나비'에서 주인공은 Locked-in syndrome에 빠진 상태에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과거는 마치 빙하가 무너져내리듯 덧없는 것이었고, 빙하가 무너지는 그 장면 위로 흐르던 곡이 BWV 1056, 하프시코드 협주곡 2악장 Largo 였다. 피아노와 달리 음의 강약이 조절되지 않는 하프시코드는, 그만큼 감정의 이입이 배제된 채로 연주가 가능하다. 인생은 지나고보면 그처럼 허망한 것, 사랑도 부도 명예도 일순간이라는 것, 아주 담담한 하프시코드의 소리가 마음 속에 길게 울려퍼졌다.

슬프고 외로운 마음.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미워하며, 그로 인해 생기는 인간적인 갈등 위에 바흐의 음악이 있다. 마음이 황량하면 바흐를 듣고, 그 음악 만큼이나 내가 흔들임없고 경건하고 단정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BWV 1056, Harpsichord No.5 in Minor F, Lar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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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산성

2007/05/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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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나치듯 그를 본 적이 두 번 있다. 2003년도, 한참 '칼의 노래'가 많이 읽히고 있을때, 광화문 근처 한 음식점, 내가 앉았던 곳 맞은편 테이블로 들어와 앉았다. 유명한 작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신기했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강남 교보문고에 우연히 들렀다가 그의 신간 '남한 산성'이 출판됬다는 사실을 알고 책을 구입했고, 오후 3시에 사인회가 있다고하나 다른 약속이 있음을 아쉬워하면서 서점을 나서는데, 멀리서 느릿느릿하게, 하지만 깊게 생각에 빠진듯한 모습으로 내 옆을 천천히 그가 지나갔다. 사진을 볼때건 두번 우연히 마주쳤을때건, 그의 눈빛은 칼날이 서 있는듯 하다. 그의 문체가 날이 선 검과도 같다고 느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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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이후의 소설들에서는 처음 소설이 주었던 충격과 감동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단단하고 단호했다. '칼의 노래'가 이순신과 그가 맞서 싸워야 할 분명한 적을 대립시킴으로서 비장함과 엄숙함의 극치를 이루었지만, '남한 산성'에서는 그 분명한 적이 없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서 벗어나 모두가 살기 위해 애처롭고 비장하다. 싸우기를 주장하는 사람도, 죽음보다 비참한 굴욕을 견디어내면서라도 살기를 원하는 사람도, 그 무엇도 아니고 단지 배고프고 추워서 괴로운 사람까지도.


극명하게 옳은 것과 그른 것, 가야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정해져 있다면 세상은 덜 혼란스럽다. 하지만 어느 경우도 명확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에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고, 또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는 조건이다. 한겨울의 투명한 차가움, 꽁꽁 얼어붙은 강가의 냉기와 같이 이 소설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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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2007/05/01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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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 뜻하지 않은 휴일을 맞이 하던 차에 펠로우 선생님이 병원 봐 줄테니 나가서 영화라도 보고 오라고 하셔서 급하게 예매를 한 영화가 '타인의 삶'이었다. 영화에 큰 관심이 없어 이 영화에 대한 사전지식이라고는 선배의 블로그에서 절대 후회하지 않을 영화라고 평한 것, 그것이 전부였을 뿐이다.

유명 극작가와 배우를 도청 감시하는 비밀 경찰이, 도청을 하면서 타인의 삶을 이해하게되고 종국에는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바꾸게 된다는 내용이 조금 진부할 수는 있지만, 영화는 그 진부함을 넘어서는 몇 차례의 반전을 통해 가슴 찡한 결말을 낸다. 옆 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 관객이 마지막에 너무 훌쩍거리는 것에 되려 민망해져서,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도 미동도 안 하는 관객들 사이로 먼저 나와야 할 정도로. 아니 그 보다도 영화의 결말이 주는 감동과 씁쓸함의 양가 감정이 나 역시 불편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된다면 꼭 볼 만한 영화. 잠시간의 여유가 모처럼 뿌듯하게 느껴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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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inner takes it all - Anne Sofie Von Otter

2007/04/2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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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되는 경우는 주로 라디오를 통해서이다. 예전에는 책도 찾아보고 주위 친구에게 추천도 받고 했지만 요즘은 라디오를 듣다가 귀에 탁 트이는 음악이 있으면 적어두었다가 레코드점을 찾곤 한다. 가끔은 라디오에서 들은 음악이 참을 수 없이 귓가를 맴돌아 늦은 밤 병원을 비우고 레코드점을 다녀오기도 하고.


3월 초, 선배를 만나러 가다가 차 안에서 들은 곡, 스웨덴의 메조 소프라노 Anne Sofie Von Otter가 크로스오버 음반을 내면서 삽입한 ABBA의 곡인 The Winner takes it all을 듣고는, 며칠동안 그녀의 청명한 목소리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같은 곡을 ABBA가 부른 곡으로, 그리고 뮤지컬 맘마미아에서 박해미가 부른 곡으로도 들었지만, 곡의 느낌은 Anne Sofie Von Otter가 가장 아름다웠다. 연인을 두고 헤어져야하는 슬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지만 결국은 더 이상 연인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체념이 단지 슬픔 속에 젖은 것이 아니라 청명한 목소리 속에서 모든 것을 초월한 듯한 느낌으로 부르는 그녀의 음성은 언제 들어도 가슴에 와 닺는다.

여튼, 승자가 모든걸 가지기 마련이다. 그건 덤덤히 받아들여야 할 현실이다.





The Winner takes it all - Anne Sofie Von Otter
in I let the music speak

(QuickTime player를 설치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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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속 고구려 왕국, 齊

2007/03/2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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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신문으로 보다가 우연히 연세대학교 지배선 교수님이 쓴 '중국 속 고구려 왕국, 제'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http://news.media.daum.net/culture/book/200703/22/hani/v16147253.html) 요즘 몇몇 드라마를 통해 고구려 열풍이 불고 있는데, '제'라는 나라에 대한 얘기는 나 역시 처음 접한 일이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고구려가 멸망하고 약 90년 후 산동반도 일대를 고구려 유민 출신의 군벌이 장악하고, '제'라는 국가를 설립하여 당나라와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였으며 (독자적인 연호를 갖추는 등의 국가의 혈태를 갖추었다고 함) 4대째에는 당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낙양성까지 공력하기도 하였다. 결과적으로는 내부의 반란으로 실패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당나라는 황제의 통치 기반이 약하여 지방의 군벌들이 황제의 명을 따르지 않고, 심지어는 난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테면 역사시간에 배우는 '안록산의 난'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리고 안록산 만큼이나 당나라에 큰 영향을 미친 군벌 중 하나가 고구려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과거에 집착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옛날에는 이랬는데, 하면서 과거의 영광만을 돌이키며 향수에 젖어사는 것이 옳은가. 그 문제에 앞서 우리가 '제'라는 나라의 존재자체를 우리 역사책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이정기-이납-이사도-이사고'라는 인물이 당의 유력한 군벌이었다는 사실이 중국 역사서에서는 언급되는데 우리에게는 언급되지 않는가. 정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이런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는 점은, 고구려와 발해가 중국의 역사라는 '동북공정'을 진행하는 중국과 비교하여 잘못이라 생각되지 않는가.

나는 지금의 순간이 우리 민족 2000년 역사상 가장 침체되고 소극적이고 보잘것 없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영광을 되뇌이는 것은 반도의 끝에서 더이상 패배주의에 사로잡히지 말고 이상을 세계를 상대로 펼칠 포부를 갖지 위함이다. 한 때 어느 자동차 광고에서 이런 카피를 쓴 적이 있었다. '우리가 언제 세계를 놀라게 한 적이 있었는가' 우리는 본래 세계를 놀라게 한 민족들이었다. 왜 그 사실을 망각하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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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2007/02/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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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 인터넷 신문을 보다 시인 오규원 선생님이 지난 2월 2일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내가 전공하는 분야의 질병인 '폐렴'과 '폐기종'으로 인하여. 물론 폐기종으로 인한 폐렴이 악화되었을테고, 그러니 호흡기 내과로 입원하셨을테고, 외과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가 연락을 받을 일이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정말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내 전공의 질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짐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전산으로 임상병리 결과와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띄워보면서, 그리고 동기 내과 레지던트가 적어 놓은 경과 기록을 읽어 보면서 시인이 겪었을 고통이 전해지는 듯 했다. 모든이의 죽음은 같은 고통을 지닌 죽음일텐데, 시인의 죽음이 내게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우습고 편파적일수 있겠으나, 그것이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겠냐고 변명하고 싶다.


그를 처음 시인으로서 알게 된 것은 그의 '한 잎의 여자'를 읽게 되면서 였고, '현대 시작법' 같은 시작 개론서도 꽤 반복해서 몇 번인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 잎의 여자'는 시인의 대표작이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연시이지만, 첫 시를 변용하여,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후의 연작들이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히곤 한다.

하지만 시인이 돌아가시고 나니 그의 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죽고 난 뒤의 팬티'라는 시이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에 돌아가셨고, 돌아가신때에는 중환자실에서 고생을 하셨겠으나, 시에서 그랬듯 정작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의 소시민적인 어리석음이듯, 그렇게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편안히 가셨으면 좋겠다.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굴립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오규원, 죽고 난 뒤의 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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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오규원

타짜

2006/10/09 15:47


전국민이 빠지지 않고 보는 영화라길래 안보면 안 될 것만 같아 추석 연휴 중에 '타짜'를 봤다. 같이 일하는 위에 선생님이 개봉하기도 전에 너무나 기대되는 영화라며 극찬을 했고, 개봉하는 날 보고 오시곤 너무나 만족스러워해서 나름대로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뿐 아니라 같이 본 친구도 그런 것 같았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은 무뚝뚝하고 차갑고 냉정한 것이지만 - 물론 잘 알게 되거나 친해지면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그 인상과는 달리 소심하다. 뭐, 도박이야 할 수 있는거고, 도박하면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이야 충분히 생각 가능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을 그렇게 죽이고 불구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다른 사람의 몸에 칼을 대는게 어떤 의미인지, 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은 하는 걸까. 다른 사람의 귀를 자른다는거, 다른 사람의 손을 자른다는게 그저 도박판에서 사람을 속인 죄의 값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걸까. 사람 죽는 모습은 이제 이골이 나도록 많이 봤고, 이건 그냥 영화이고, 실제 우리 사는 세상이 그런지는 아니면 극적으로 과장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

더욱이, 직업병인지 몰라도, 저 부위를 칼에 찔린 사람이 응급실에 오면 어떤 순서로 환자를 봐야 할까, 우선 ABC는 유지되니깐 일단 라인을 잡고 볼륨을 주면서 CT를 찍고 explo-lapa를 하거나 explo-thoracotomy 를 해야하지 않을까. 저 부위가 손상 받고 저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패혈증이 올꺼고, 그럼 항생제를 뭘 쓰면서 절단은 어느 부위까지 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들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돌아서 온전히 영화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영화 내용이 너무 나에게는 이질적이라 결국 내 방어기제가 동원한 것은 그런 의학 지식인지도 모르지. --;


이 영화에서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사람은 '화란'이 밖에 없었다. 그냥 내 바램은, 영화 주인공들이 원하듯 타짜가 되서 한 몫을 단단히 챙기거나 인생을 화끈하게 사는게 아닌, 그냥 조용히 살더라도 마음 맞는 예쁜 사람하고 결혼해서, 내가 하는 일 열심히 해서 보람을 가지고 살고,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쓰고 싶은 만큼 쓰는 것, 소박한 가족주의가 전부이다. 결국 이 영화에서 마음 붙일 곳은 이수경 밖에 없었다. 이 배우, 처음볼때부터 느낀 거지만, 인상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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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 2007 QDE Finland

2006/10/08 23:07


예전에 잡지에서 Audi QDE finland에 다녀온 사람의 체험기를 읽고 나도 언젠가는 해 보고 싶다, 라고 생각했는데, 올해부터 정식으로 한국에서도 신청자를 받는다고 한다. QDE란 Quattro Driving Experience 의 약자로, Audi가 자랑하는 quattro 방식의 차량을 직접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드라이빙 코스인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는 원주 서킷에서 QDE를 시행한 바 있다. QDE finland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행사로, 주로 극한의 상황에서 차의 성능을 최대한 확인 할 수 있게끔 핀란드의 얼음 호수 위를 달리면서, 빙판 위에서의 차의 성능을 테스트 하고 드라이빙 경험을 하게끔 짜여져 있다.

아우디에서 10년 후에도 이 QDE를 계속한다면, 비교적 여유가 생길 10년 후 정도에는 꼭 한 번 해 보고 싶은데, 얼음 호수 위를 달리는 기분과, 영하의 차 안에서 얼은 손으로 운전을 하다가 따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며 몸을 녹이는 기분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것 같다. 일단은 시간이며 금전적인 여유도 생겨야 할테고, 둘째로 영어가 좀 되야 하지 않을까 --;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외국인이 올려 놓은 사진들을 보니 몇 가지가 눈에 띄는데, A4 avant 모델도 quattro로 나오는 모양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avnat 모델이 인기가 없어 들어오지 않는데. 아우디 하면 전통의 진회색이라고 생각했는데, 파란색도 은근히 어울린다. 특히 S4 나 RS4가 파란색으로 도장된 모습은 역동적으로 보인다. 흠.






아우디 코리아(대표: 도미니크 보쉬)는 내년 2월 18일부터 22일까지 핀란드 랩랜드의 설원에서 개최되는 “2007 아우디 QDE(quattro Driving Experience) 핀란드”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얼음의 대륙 랩랜드에서 열리는 2007 아우디 QDE 핀란드에서는 아우디 콰트로와 함께 키틸라 지역의 얼음 호수 위를 달리는 색다른 주행을 극한까지 체험할 수 있다. 아우디 QDE 핀란드는 연간 약 800회 가량 열리는 아우디 QDE 중 겨울 시즌을 대표하는 체험 행사.

2007 QDE 핀란드에서는 아우디 콰트로 드라이빙 스쿨의 인스트럭터들이 아우디 콰트로와 특히 빙상에서의 안전 운전에 대한 이론 및 실제 운전을 집중적으로 지도, 교육하게 된다. 또한, 참가자들을 스노우 스쿠터 투어, 나이트 랠리(night rally) 등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프로그램들이 준비된다.

2007 아우디 QDE 핀란드에서는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 하기 위해 특수 타이어가 장착된 아우디 콰트로 수동변속기 모델로 설원을 달리게 된다.

아우디 코리아의 도미니크 보쉬 사장은 “해외에서 열리는 QDE에 한국 고객의 참가를 공식 모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특히, QDE 핀란드에서 얼음 호수와 눈 덮인 도로 등 극한 상황 체험은 겨울철 눈과 결빙구간이 많은 도로에서의 안전운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 아우디 QDE랩랜드의 참가비는 450만원(숙박 및 아우디 QDE 참가 비용, 항공료 별도)이며, 참가 신청은 전국의 아우디 전시장에서 하면 된다. 한국의 총 참가 고객은 8명으로(수동운전면허 보유자에 한함), 선착순으로 접수 받는다.


사진은 http://www.jabbasworld.net/viewtopic.php?p=619499 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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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

2006/10/01 12:54

2005.8 신촌 연세대 교정
Epson R-D1, Nokton 35mm 1.2

꽃잎 하나하나 지지 않고 봉우리채 지는 꽃들은 처연하다. 죽는다는 것, 모든 것의 끝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 것임에도, 봉우리채 지는 꽃들은 그 '과정'을 거부하고 종말 앞에서 의연함을 보이는듯 하다. 동백이 그렇고, 능소화가 그렇다. 우리는 사랑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에, '사람이 잊거나 이기지 못할 슬픔이나 사랑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봉우리채 지는 꽃들이 보이는 그 의연함을, 죽음과 유한한 사랑에 대한 의연한 거부라는 인식으로 동일시 하는지도 모르겠다. 동백도 그렇고 능소화도 그렇고 두 꽃에는 슬픈 사랑에 대한 전설이 담겨있다. 

신인작가 조두진이 최근 발표한 '능소화'는, 능소화와, 1997년 경북 안동의 한 무덤에서 발견된 서신 한 장을 모티브로 재구성한 중편소설이다. 사랑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글이 통속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다. 옛 고전을 읽는 듯한 단정함이 있으면서도 남녀간의 미묘한 감정과 안타까움, 애틋함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운명론에 빠져 있음에도 주인공들은 운명에 맞서는 실존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이 소설의 또 하나의 묘미이다.

1997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조선 시대의 묘에서 나온 미라와 그가 품고 있던 '편지' 한 장으로 이야기를 재구성해나간 작가의 솜씨와 상상력이 뛰어나다. 다 읽고 나면 마치 잔잔한 흑백 영화를 본 듯 하다. 그리고 나 역시 알 수 없이 가슴이 눌리듯 답답하고 슬프다. 불멸한 사랑에 대한 동경은 늘 사람을 애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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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3 콜레라 시대의 사랑 (4)
  2. 2008/04/18 BWV 1056, Harpsichord No.5 in Minor F, Largo (6)
  3. 2007/05/27 남한 산성 (7)
  4. 2007/05/01 타인의 삶 (2)
  5. 2007/04/22 The Winner takes it all - Anne Sofie Von Ot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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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2007/02/04 오규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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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6/10/08 Audi, 2007 QDE Finland (5)
  10. 2006/10/01 능소화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