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시대의 사랑
2008/09/13 08:47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몇 년전에 분명히 읽었지만 읽었을때의 감흥은 지금도 가물가물하고, 이런 책이 있었다는 정도와 대강의 내용만이 기억에 남아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소설이 영화화되어 개봉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국내에는 아직 개봉이 되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마 이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개봉되지는 않을 것 같다.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소설과 영화를 맞추어보는 재미라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지루하고 답답한 느낌이 많이 든다. 그건 감독의 문제도, 시나리오의 문제도, 배우의 문제도 아닌, 이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53년간 기다린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마법같고 신비한 분위기를 영화로 풀어내기는 애초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이를테면, 페르미나 다자가 아버지에 의해 산골 마을로 쫓겨나는 장면은, 소설에는 지루하리만큼 자세하게 묘사하고, 그로인해 마치 독자가 당나귀를 타고 흙먼지 날리는 산길을 걷는듯한 느낌을 주는 반면, 영화에서는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잠시 나올 뿐이었다. 더욱이 그 먼지 쌓인 여정동안 수없이 보내지는 플로렌티노 아리자의 전보들 또한 한 번의 에피소드로 끝났다.

남자 주인공의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듯 해서 나중에 찾아보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킬러 역할로 나온 하비에르 바르뎀이었다. 두 영화에서 어떻게 이렇게 다른 역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었을까. 전작의 완고하고 잔인한 킬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나약하고 사랑만을 쫓는 사나이의 역할이 잘 어울렸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다.

결국 이 소설을 하나의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포스터에 나온 문구가 아닐까 싶다. 'How long would you wait for love?'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50년을 넘게 기다려온 사랑이야기 이상의 무엇이 이 소설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흠.
P.S.
페르미나가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장면이 꽤나 의학적으로 볼때 재미가 있는데, 의사는 청진을 하기 위해서 환자의 상의를 다 벗기고 직접 귀를 환자 몸에 가까이 대고 소리를 듣는다. 이런 신체적인 접촉이 페르미나와 남편 (의사) 과의 첫 만남과 육체적인 끌림을 시사하게 된다. 사실 청진기가 만들어지기 이전 시대에는 이렇게 직접 몸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었고, 현재 의학에서도 청진음을 기술할때 당시의 관습이 남아 있어, 가장 소리가 크게 들리는 Grade III, IV는 청진기를 대지 않고 가까이서 귀로 들었을때 소리가 들리는 경우를 말한다.
청진기가 생김으로서 의사는 더 정확하게 청진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혹자는 청진기가 의사와 환자의 거리를 벌려 놓은 최초의 의학적 도구라고 얘기한바있다. 여튼, 이 소설에서는 청진기없이 청진을 하다 두 남녀가 끌리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된다. 뭐,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다 :-)
















청진기 없이 청진...좋군요...*--*
뭐 그다지...
지나가다 자주 보는 사람입니다.
세렌디피티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그 영화에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위해 책의 첫장에 자기 연락처를 써놓고, 헌책방에 판 후 다시 몇 년후 남주인공을 다시 만나게 해준 책도 바로 '콜레라 시대의 사랑' 이었어요!
신기하네요^^
저도 그 얘길 들은거 같네요..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이 소설이 마치 영원한 사랑에 대한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웬지 전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것 이상의 상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요..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