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

2009/04/2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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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훈련소에서 나온 후 달리 해야 할 일도 없어서 근 몇 년만에 편한 마음으로 이 책 저 책 읽고 있는데, 그 중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은 단연 최고의 책이었다. 삶과 행복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수많은 지침서와 자기 계발서들이 범람하고 있지만, 다들 피상적이고 읽고 나면 허무할 뿐인데, 이 책은 삶과 인간의 심리에 대해서 통찰을 보이고 있다. 아니, 이 책을 자기 계발서류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런지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류의 책이 아니다.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상황에서 행복감을 느끼는가, 왜 당신은 일에 얽매여 있는가, 무엇을 할때 즐거운가에 대해서 질문을 했고, 나는 그 질문에 대해서 명확하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나는 언제 행복한지 잘 모르겠고, 단지 병원에서 일을 하거나 운전을 하거나 사진을 찍는등 명확한 규칙이 있는 행위에 있어서 행복이 아닌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뿐이고, 그 정서적 안정감이 '행복'보다 내 삶에 중요한 부분으로 존재하고 있다. 경제적인 보상이나 자극적인 쾌락보다는 정서적인 안정감과 몰입의 추구가 나에게 왜 중요하며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늘 고민 중 하나였다. 누군가는 나의 이런 모습이 이상하다고 했지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책을 읽고 나면 이런 모습도 삶을 살아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형태중 하나이다.



벗어난듯 하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얘길하면, 다음 주 월요일에 최종적으로 발표가 나겠지만 아마 3년간 공보의 생활을 일산에서 하게 될 듯 하다. 정확하게 결정된건 아니지만, 일산이 아니더라도 우선은 다른 병원에 갔다가 최종적으로 일산으로 들어오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결정에 있어서 가장 크게 작용한건, 3년간 여유있게 쉬거나 인생을 즐기는 여유를 갖는것보다는, 외과의사로서의 시간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이야 내가 내린거지만, 주위 사람들이 한결같이 걱정하는건 '그럼 결혼은 언제할꺼냐'는거더군. 직무교육 이틀동안 그 얘기 30번은 넘게 들은거 같다 --;




2009/04/25 09:57 2009/04/25 09:57
by 박성용

처음 만나는 외과학의 역사

2009/04/22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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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나갔다가 우연히 접한 책. 직업 정신에 나라도 사지 않으면 몇 권이나 팔릴까 하는 생각에 다른 책들과 함께 계산했고, 200페이지 남짓한 책인데, 공청회 다녀오는 지하철 안에서 다 읽었다. 흔히 외과학 교과서를 보면 첫 장에는 '외과학의 역사' 이런 부분이 20-30페이지 가량 기술되어 있기 마련인데, 이런 내용을 일반인들이 읽기에 쉽도록 좀 더 대중적이고 흥미위주로 적어 놓은 책이라고 생각하면된다. 프랑스의 흉부외과의사가 썼고 (알고 산건 아니고,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번역은 의사가 아닌 불어전공자가 했지만 몇몇 의학용어의 선정에 있어서 어색한 부분을 제외하고서는 번역 자체도 매끄러운 편이다.

소개된 많은 일화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 하나. 프랑스 혁명 당시 나폴레옹군에 소속된 외과의사들에 의해서 외과학이 많은 발전을 이루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이었던 페르시에 대한 내용이다.



"그 병사들만큼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고 비인간적인 이들은 없다. 그들은 사체 위를 걸어다니고 잘린 손발을 마구 밟는다. 손이나 발이 절단된 가엾은 부상자들의 비명이 들려오지만 누구하나 자신의 발걸음을 늦추지 않는다. 모두가 자기 일만 생각할 뿐이요, 자기 목숨 밖에는 관심이 없다. 동정이라든가 박애라는가 이웃 사랑 같은 것을 품고 있는 이는 외과의들 뿐이다."

물론 그것은 "그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외과의들은 동정만이 아니라 무사무욕의 마음까지 갖추어야 했다. 왜냐하면 감사조차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감사의 말을 듣지 못할지라도 은혜를 베풀어주는 자는 행복하다."라고 페르시는 말한다.




P.S.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원제목과 다르게 번역판의 제목이 너무 선정적인거 같아 좀 거슬린다...





2009/04/22 21:55 2009/04/22 21:55
by 박성용

달동네 병원에는 바다가 있다

2009/02/24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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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달쯤에 집 앞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수필 코너에서 발견하고는 산 책인데, 이제서야 시작해서 요 며칠 사이에 다 읽었다. 처음에는 제목에 이끌려서 샀고, 사서 한 두 페이지 읽어보고는 별 내용 있을까 싶었는데, 다 읽고난 지금, 간결하고 소박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깊은 울림이 느껴진다.

지은이의 정치적인 이력은 불문에 붙이기로 하고, 부산의 송도 구호 병원이라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빈민을 위한 병원에서 일하다가, 현재는 후배와 함께 그 병원 앞에서 남부민의원이라는 작은 의원을 열어 마찬가지로 빈민들을 위한 1차 진료를 하면서, 또 시간을 할애하여 송도 구호 병원에서 일반 외과 수술도 하는 일반 외과 선생님의 수필집이다. 외과 의사답게 문장은 짧고 간결하지만, 김훈이 무장의 서릿발을 따라한다며 쓴 그 과장된 문체와는 달리, 이 글에서의 문장은 간결하고 정갈하며, 단순하다. 할 말만 하며 꾸밈이 없고 때로는 너무 수식이 없어 이 책이 상업화 되어 나오기 가당찮은 책이었나 하는 생각도 일순간 들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이 무안할 정도로 깊은 생각에 빠져들만한 에피소드들을 늘어 놓는다. 읽는 이를 무겁게 만드는 것은 화려한 수사도, 논리적인 체계와 지식도 아닌, 현장에 살아있는 모습과 경험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나는 지은이처럼 살라고 해도 그렇게 할 자신이 결코 없기 때문에 더욱 값진 책이다. 진정 신앙인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하는 책이며, 진정한 가난이 무엇인지, 감사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얕은 물에 빠져 허우적 거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부른 투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깨닫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은, 가깝고 고마운 사람에게 주고 싶은 생각이 드는 책이다.




지은이 (선생님) 하시는 일에 축복이 있기를.





P.S.
이 책을 읽고 나서 '송도 구호 병원'이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하다가 지은이의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http://blog.ohmynews.com/surgery/ 인데, 아직 자취를 남긴 엄두는 안 나고, 당분간 조용히 멀리서 지켜봐야겠다..



2009/02/24 17:08 2009/02/24 17:08
by 박성용

워낭소리

2009/02/2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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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몇 주전 이 영화를 처음 봤을때, 인터넷 상의 찬사와는 다르게 고개를 까우뚱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게 슬프다고? So what? 같이 본 사람에게 내 이런 반응을 보이자, 그 무미건조함과 메마른 감정때문에 한참을 질타를 당해야해서 더 이상은 말하지 못했지만, 결코 내게 이 영화는 그리 감동적인 영화가 아니었다. 하지만 요 며칠 사이에 자주 가는 블로그들에서 다행히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의 영화평이 올라오고 있어서 나도 용기를 내서 비슷한 내용을 올려본다.

우선, 노인과 소의 관계에 있어서 과연 어떤 부분에서 감동을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40년이 동안 등골이 바짝 야위여올정도로 소를 부려먹는 소 주인이 과연 감동스러운 것일까? 농약을 치면 소가 일찍 죽는다며 농약을 치지 않는다는 노인의 고집이 감동스러운 것일까? 글쎄, 나는 모든 대목에서 노인의 고집이 아닐까 아닌 생각이 우선 들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참을 수가 없었던 부분은, 이제 소가 1년을 넘기지 못할꺼라는 수의사의 말에, 늙은 소를 대신해서 일을 할 젊은 소를 사가지고 오게 된다. 그런데도 젊은 소는 외양간에 모셔다놓고 늙은 소를 끌고 다니면서 꼴을 베고 일을 시키고, 베어낸 꼴을 가지고 외양간에서 쉬던 젊은 소를 먹인다. 젊은 소는 혈기왕성에서, 늙은 소가 베어온 꼴을 저 혼자 먹으려고 뿔로 늙은 소를 들이 받는다. 늙은 소는 꼼짝도 못하고 굶어서 야위어만 간다. 그렇게 몇 개월이고 계절이 흘러간다. 노인은 왜 젊은 소를 길들이지도 않고 늙은 소를 계속 부리는가. 정말 위하고 아끼고 사랑한다면 그럴수 있을까 의문이다. 젊은 소를 길들이는게 불편하고 힘드니 자기 편하자고 그러는게 아닐까 싶다. 정말이지 영화 보는 내내 젊은 소를 한대 (가지고 되겠어..) 두들겨 주고 싶은게 내 불편한 심기였다고나 할까. 그리고 정말이지 누가 사가면 고맙다고 할꺼 같은 뼈만 남은 소를 달구지를 끌고 가게 해서 우시장에 가서는, 돈을 적게 준다고 안 판다고 고집을 피우는게 정상적인 행동인가?


내가 보이기엔 김훤주님이 블로그에 올린 글 http://2kim.idomin.com/720 은, 일부러 꼬투리를 잡으려고 쓴 글은 아니고, 그런 시각으로 볼 수도 있다, 워낭 소리가 그리 낭만적인 영화는 아니다, 라는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달린 댓글들은 좀 살벌하구만 --; 어디든 이 시간에 댓글 달고 있을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들일지는 뭐.. 뻔하니 할 말은 없다..


결론.

소는 불쌍하고
노인은 고집쟁이고
할머니는 안됬다.


P.S.

다른건 몰라도 화질하나는 정말 좋더구만.. 뭘로 촬영했는지.. 영상미 하나는 정말 끝내줌...


또 하나..
할아버지가 8살때 침을 잘못맞아 다리가 잘못되었다고 하시던데.. 그건 아닌거같고.. (아니.. 침 잘못 맞아서 다리가 잘못됬으면.. 침 놓은 사람 왜 가만히 두셨는지.. --;) 그냥 소아마비가 아니었나 싶다..
할아버지의 두통이나 고혈압에 대한 태도나 관리등.. 우리나라 농어촌의 의료실태는 동남아나 아프리카와 그리 다를 것이 없다. 의료체계의 문제뿐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의 문제가 심각하다. 어느 선생님 말대로, 그 분들의 사고 체계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될런지도 모른다.

2009/02/20 14:24 2009/02/20 14:24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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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찾는 도서관 관련 블로그 및 싸이트들

2009/02/20 00:46

 

자주 찾는 싸이트들을 한RSS에서 관리를 하다보니 비슷한 주제별로 묶기게 되는데, 그 중 '도서관 관련 블로그 및 싸이트들'이 눈에 띄여서 혹시 다른 분들도 관심을 가질까 싶어 정리해본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도서관
http://ymlib.yonsei.ac.kr

일단 전공이 전공이다보니, 모교 의학도서관에 자주 접속한다. 이 곳의 강점은, 프록시 서버를 통한 원문 서비스. 인터넷만 있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수많은 의학 논문과 교과서의 원문을 그대로 읽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제 의학 지식을 얻는 것은 정보의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과 성실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Endnote 및 Pubmed 사용법에 대한 동영상 강의도 볼만하다.

근데 이제 퇴직하고 나니 이 아이디도 곧 정지되겠군 --;


포스텍 도서관 블로그
http://postechlibrary.tistory.com/

이곳은 RSS feed를 받아 놓고 있는 곳인데, 실용적인 정보 뿐 아니라 도서관에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 올라온 http://postechlibrary.tistory.com/621 과 같은 포스팅은 도서관과 사서들이 상당히 친근하게 느껴지게끔 하는 포스팅이다. 나와 같은 관심분야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고려대학교 도서관
http://library.korea.ac.kr

사실 이곳은 Endnote 메뉴얼을 검색하다가 찾게 된 곳이다. 공지사항에서 endnote로 검색을 하다보면 endnote 메뉴얼을 찾을 수 있다. 2004년도에 구버전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메뉴얼이긴 하지만 간단히 사용법을 익히기에는 상당히 볼만하다.


Cliomedia 님의 블로그
http://cliomedia.egloos.com/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박학다식한 Cliomedia 님의 블로그이다. 사서로 활동하고 계시고 도서관에 대한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P.S.

맘 편하게 이런 포스팅을 올리고 있는걸로 봐서는 19일 발표의 결과는 :-)


헌 책 들 수십권 팔아 6만원 받고 나름 기뻐했는데, 지난 11월에 과속 두번하고 벌칙금으로 하루에 8만원냈다. --;





2009/02/20 00:46 2009/02/20 00:46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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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조 오일

2009/02/17 13:33

 

그러고보니 그와 나는 나이가 같았거나 한두해 차이였던 모양이다. 2008년 6월 1일, 30살의 나이에 사망하였다고 http://news.isegye.com/12994 하는 기사를 검색하다 발견하게 되었다.

어제는 무슨 생각이 들어서 몇 개월전에 다운 받아놓은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부끄럽게도 눈주위가 따스해졌다.

ALD라는 병에 대해서 얘기를 들은건 아마도 본과 1학년때 생화학 수업시간때였던걸로 기억한다. 그 이후에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았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드문 병이고 또 관심 밖의 병이다. 본과 2학년때 병리학 수업때, 한 교수님이 이런 얘기를 하신 적이 있다. '병의 원인을 찾고 그 치료법을 찾는 것은 의사의 지식 뿐 만이 아니라 헌신적인 노력과 열의에 의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면서 예로 들었던 것이 ALD와 로렌조 오일, 그리고 다른 몇가지 유전병이었다. (실제로 ALD의 사례와 같은 비슷한 경우에 특정 유전병의 기전을 알아내는데에 기여를 했다고 함) 정말이지, 어떤 병을 규명하는데에 중요한건 지식이 아니라 '절박함'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금도 하게 된다.

영화 자체는 진부하고 또 전형적인 이야기이지만 장면장면 마다 그 절박함이 너무 사실적으로 다가와서 감동적이었다. 만약 오도네의 저 사진이 맞다면, ALD 환자를 30살까지 tracheostomy도 안하고 간호해왔다는 것 자체가, 병의 치료약을 규명한것보다 더 놀라운 사실이고 또 부모의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를 알 수 있는 단적인 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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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7 13:33 2009/02/17 13:33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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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린다, 요쉬카 피셔

2009/02/12 10:21

 

독일의 전 외무부 장관 요쉬카 피셔가 쓴 '나는 달린다'라는 책을 2008년 초에 읽었다. 정확하게는 그리스 Kos island에서 Athene으로 오는 배 안에서 (배로 12시간이나 걸린다 --;) 읽은 몇 권의 책 중 하나였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다이어트, 자기 관리에 대한 관심때문에 선택하게 된 책이다. 몇 해전에 독일에서도 베스트 셀러였고,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인터넷에 보면 이 책에 대한 서평은 꽤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 http://www.dongbu.co.kr/group_webzine/book/0105.htm 이 정도의 내용이 무난한 수준. '세상을 향한 욕정과 안일한 사고방식, 잘못된 생활습관'에 대한 반성과 이것을 고치려는 노력, 그것이 달리기라는 수단을 통해서 결국 1년 사이에 40kg가 넘는 체중을 줄이고 또 마라톤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 나름대로 감동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아무리 검색을 해 봐도 정작 요쉬카 피셔라는 인물 자체에 대한 자료는 찾기가 어렵다. 서울로 돌아와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몇 번 검색을 해 보았지만 나오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있던차에, 한 친구에게 피셔 얘기를 꺼냈다. 그 친구 또한 마라톤과 달리기를 좋아하는 친구였다. (마라톤을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 이라고 하면 너무 노출되는건가?)

'요쉬카 피셔라는 사람이 쓴 '나는 달린다' 읽어봤어?'
'읽어보진 않았지만 어떤 얘기인지는 알아.'
'그 사람 대단하던데. 그 책은 단순히 달리기에 대한 책이 아니라, 삶의 태도나 자신의 욕망에 대해서 돌이켜볼 수 있게 하는 책이야.'
'근데 너 그 사람 1년 동안 45kg 줄이고 마라톤 완주하고 4번째 결혼에 성공하고 나서 어떻게 됬는지 알아?'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안 나왔던데?'
'어, 엄청난 요요현상으로 다시 100kg이 넘어가고, 운동 절대 안 하고, 부인한테 이혼당하고, 우울증에 걸려서 마약 중독자가 됬지. 지금 아마 그러고 살고 있을껄?'

순간.. 흔히 말하는 멍때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 뒷 얘기는 몰라야 더 좋았을텐데. 여튼 한 번쯤은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방 정리하다가 이 책이 보여서 잠깐 생각해봄.


P.S.
더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있기는 함.

http://salzz.com/salzbbs/zboard.php?id=writings_articles&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35

"우선 요즈음의 피셔는 '마라토너'에 나오는 것처럼 마르지도, 그의 네 번째 부인과 잘 살고 있지도 않다. 이미 과거의 뚱뚱한 몸매로 다섯 번째 결혼에 골인했다는 그가 아직도 뛰고 있는지 확실치는 않다. '마라토너'의 피셔는 이미 지금의 피셔가 아니다. 원저자들의 의도처럼 물론 그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미완성자'이니 변화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 그것이 설혹 그의 몸매에 관한 것이라도."


내가 읽은 것도 예전에 헌책방에서 구입한건데.. 빌려서 읽기 원하시는 분은.. 연락을... 아님 기증하겠음...


P.S. 2

요쉬카 피셔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마바리님의 댓글을 보니 생각이 나서 첨언을 하면..

종양학을 전공하는 친구의 말에 따르면, (실제 연구결과를 인용해서 얘기를 해 줬는데) 그 어떤 악성 종양의 5년 생존율보다, 자신의 몸무게의 5% 이상을 감량하고 이를 5년이상 유지할 확률이 더 낮다 (low) 고 한다. 비만의 치료가 악성 종양의 치료보다 더 힘들다는 의미인데. 적어도 나는 내 주위에서 그 낮은 확률을 몇 년째 지켜가고 있는 사람을 한 명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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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고 매일 달력에 적고, 그 무게에 따라 식사량과 운동량을 조절한다. 그런 어머니가 보기에 나는.. --; 나약하고 의지가 없고 자기 관리가 안 되는 사람.. 에 불과할때가 많다... ㅠ.ㅠ







2009/02/12 10:21 2009/02/12 10:21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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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식당

2009/02/0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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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제닥에서 우연히 발견한 만화책.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 자체를 거의 보지 않았지만 이 책은 몇 장 넘겨보고 무척이나 끌려서 빌려왔다. 나름 레어아이템이라고 하던데, 인터넷에 보면 판매하는 곳도 있다. 2편까지 나왔음.

밤에 문을 열어 아침에 닫는 특이한 음식점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 만화는 음식에 대한 만화는 아니다. 물론 중간중간에 음식과 그 맛에 대한 평을 달아 놓았지만, 중요한건 음식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의 개성과 취향, 그리고 그들의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계란 후라이를 간장과 함께 먹을지 소스와 함께 먹을지가 의미가 있어지는 것이며, 각 음식이 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밤 시간에 음식을 먹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사회의 양지보다는 음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일테고, 그만큼 그들의 일반 통념에서 벗어난 삶과 에피소드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훈훈해지는 것일런지도 모른다.

먹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이고 또 생리적인 행위이지만, 먹는 것 만큼 사람을 외롭고 쓸쓸하게 만드는 일도 없다. 밤 늦게, 혼자서, 무언가를 먹어야 하는 사람의 외로움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만화를 추천한다.




2009/02/09 16:53 2009/02/09 16:53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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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2009/02/0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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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때는 많이는 아니더라도 남들정도는 책을 읽곤 했는데, 근래 몇 해 동안은 신문정도 보는게 고작이었던듯 싶다. 그나마 일을 안 하는 요즘 좀 책을 읽을까 했는데 그마저도 어색해진 습관이 되어버려서 난감해하고 있던 중에, 신검중에는 할 일이 무척이나 없어 읽을 책을 가져가야 한다는 조언을 듣고 몇 권 챙겨간 책 중에는 김훈태씨의 '쿄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가 있었다.

이 책은 몇 주 전쯤 제너럴 닥터에 갔다가 있는걸 발견하고 빌려온 책으로, 이 책의 저자는 제닥에 상당히 자주 온다고 하는데, 아직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인연이 되면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만.

요즘 흔히 범람하는 여행기들이 그리는 일회성 여행과는 다르게, 저자는 교토에서 한달여간 생활하면서 보내는 편지형식으로 구성되어있다. 요즘들어 관광지를 찾아다니고 사진을 찍어 기록을 남기는 식의 여행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데, 이렇게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마치 그 지역의 일상생활자처럼 살아가는식의 여행도 참 동경할만하다. 우리는 누구나, 나를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낯선 도시에서 익명속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 않는가. (비슷한 표현이 장 그르니에의 산문집 '섬'에 나오지.) 더욱이 교토와 같이, 고풍스럽고 조용한 도시에서 말이다.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무얼 얘기하는 것일까. 향기가 좋은 커피를 내리는 커피집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산책을 하고, 관광지만을 눈도장찍듯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과는 달리 나만의 공간을 찾아내는 일. 이런 것들이 내가 꿈꾸는 일상이지만, 오히려 현실의 일상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그날 해야 할 일들을 메모지에 메모하고, 순간순간 그 리스트를 생각하며 무언가 빠진 일이 없는가 걱정하며, 정해놓은 시간표대로 시간이 흘러가지 않을때는 조바심이 나고, 늘 주차시간과 교통체증, 다음날 일어나야 할 시간을 걱정하며 카페에서 언제 나와야 할지를 고민하는게 현실의 내 모습이다. 그러니 일상을 살아가는, 이라는 표현보다는, '꿈꾸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꼭 교토가 아니라도, 나를 자극할 새로운 것들이 있는 작은 도시, 나를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누구인지를 밝힐 필요도 없는 곳에서, 꿈꾸는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꿈꾼다. 설령 평생 이루어지지 않을 시간이라고 해도.



P.S.
그의 블로그는 http://blog.naver.com/sawberry 이다. 많지는 않지만 책의 내용 일부가 소개되어 있다. 언제 인기척이라도 해야겠다.





2009/02/03 14:45 2009/02/03 14:45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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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

2009/01/26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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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제외하곤 TV 자체를 거의 보지 않는편인데, 얼마전부터 방송하기 시작한 '천추태후'는 즐겨보고 있다. 시작전부터 KBS에서 작정을 하고 광고를 하긴했지만, 요 며칠사이에 방송된 7회, 8회에서는 과연 KBS가 공들여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뿐 아니라, 사극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사실에 흐뭇하기까지하다. 무엇보다도 매회 가슴이 절절하고 메어질 것 같은 이야기 전개와, 며칠이고 머릿속에서 맴도는 주옥같은 대사들이 압권이다. 8회까지 나왔던 아역들의 연기도 좋았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누가 옳고 또 누가 그르다는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아니라, 모두가 고려를 위하고 모두가 나라와 백성을 위한 이상을 품지만, 그 이상이 실현하고자 하는 세상이 다르고 그로 인해 가족과 남매가 반목할 수 밖에 없는 아픈 현실, 모두가 옳지만 또 모두가 다르기에 모두 슬프고 그래서 비극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그린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내용 전개를 더욱 흥미있게 하는 부분이고 또 보고나면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유이다.

특히 6회때 나왔던, 성종과 그의 사부와의 대화는, 며칠동안 머릿속에서 잊혀지지가 않았다.



2009/01/26 00:25 2009/01/26 00:25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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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25 몰입의 즐거움 (16)
  2. 2009/04/22 처음 만나는 외과학의 역사 (9)
  3. 2009/02/24 달동네 병원에는 바다가 있다 (10)
  4. 2009/02/20 워낭소리 (11)
  5. 2009/02/20 요즘 자주 찾는 도서관 관련 블로그 및 싸이트들 (13)
  6. 2009/02/17 로렌조 오일 (5)
  7. 2009/02/12 나는 달린다, 요쉬카 피셔 (14)
  8. 2009/02/09 심야 식당 (4)
  9. 2009/02/03 교토, 그렇게 시작된 편지 (12)
  10. 2009/01/26 천추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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