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

2009/06/18 00:14

 

지금 근무하는 병원에 처음 와서 생소한 것 중 하나가 가운에 대한 부분들이었다. 우선 가운을 치수를 재서 각자 맞춤으로 입는 것이 아니라, 기성복처럼 100사이즈, 105사이즈 이런 식으로 크기들이 정해져 있는 것중 선택해서 입는 것도 그렇고, 가운을 세탁을 하고 오면 풀을 먹여서 빳빳하게 만들어 입고 다니는 것도 어색했다.

인턴 레지던트 수련을 받은 병원에서는 사람마다 사이즈를 재서 각자 맞추어 입었다. 그리고 세탁을 보내도 풀을 먹이는 일은 없었다. S대 계열 병원들보다는 기장이 짧은 편이고 몸에 맞추어 입어 활동성을 강조하는 느낌을 준다. 전문의 이상에서는 허리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가운이 아니라 재킷같은 짦은 가운을 입어, 가운만 봐도 그 의사가 펠로우 이상 전문의급인지를 알 수가 있다. 더욱이 그 재킷들은 몸에 꽤나 잘 맞게 되어 있어서 의사들의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쓴다는 인상을 준다.

지금 근무하는 병원은 가운이 기성복 사이즈로 되어 있고, 기장도 길고 품이 넓어 마치 마대자루를 쓰고 다니는 느낌이다. 더욱이 어깨에 비해서 허리 아래가 더 넓어지는 마름모꼴의 모양은 가끔 거울을 볼때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여전히 풀을 먹인 느낌은 어색하고, 오히려 활동적이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며, 결정적으로 가운을 보고 의사의 직급을 판단하기가 어렵다.

복식은 그 문화권의 생활 양식과 문화를 반영한다, 는 건 당연한 얘기이지만, 병원들간에도 가운이 이렇게 다르고, 그 다른 가운을 통해서 나타나는 병원 분위기나 문화를 엿볼 수 있다는건 은근히 재미있는 부분인듯 하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수련 받은 병원에서 입던 몸에 맞고 풀 먹이지 않은 부드러운 가운이 좋고, 활동적이면서도 권위적인 분위기가 좋다. (말하고 나니 활동적인 것과 권위적인 분위기는 맞지 않는듯 --a)


P.S.
오늘 문득 가운은 장수에게 있어 '갑옷'과도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랄까, 거친 보호자들과 환자들에게서 의사임을 증명하는 것은 단정한 가운뿐이 된 세상이 되어 버리고 있으니깐. (나름 심각한 얘기임...)






2009/06/18 00:14 2009/06/18 00:14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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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ekki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18 01:51
    그 동네 가운 입고 속에 해리슨 2권, 사비스톤 1권, 기타 메뉴얼을 다 가운 안에 넣어 봤던 적이 기억 나. 그러고도 space가 많이 남았었다는...
    나중에는 익숙해져!! :)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18 07:13
      전 사비들여서라도 맞춰입고 다니고 싶어요 ㅜ.ㅜ
      마대자루 싫어서...
  2. 마바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18 08:02
    풀 먹인 가운도 새로 입고 두세번 뛰어다니면 별 차이 없습니다.

    그 빳빳한 느낌이 입다보면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는...^^
  3. 양홍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18 09:47
    거울보고 사진찍어서 좀 올려봐
  4. delis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18 09:53
    지금 모교 병원에 가보거나 방송 나오시는 분들을 보면 양복저고리처럼 생긴 가운들을 입고 계시더군요. 저희 때에는 전통적인 긴 가운을 입었었거든요. 그래도 보통 연희사에서 맞춰 입어서 몸에 잘 맞고는 했었는데,,,,,
    그와중에 여학생들 치맛단 줄여 입는 것처럼 짧게 맞추어서 멋을 부리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ㅎㅎ
    요즘 전혀 가운 입을 일이 없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큰 병원에서 가운 휘날리면서 바삐 뛰어다닐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의 특성상 박샘은 앞으로도 계속 그러시겠죠...^^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19 19:05
      아마 새병원 지어지면서 그렇게 바뀌었던거 같아요 :-)
      연희사..가.. 예전부터 쭉 있었군요 :-) 레지던트 가운도 연희사 상표가 안에 들어있던걸로 기억하는데 :-)
  5. oo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18 09:55
    난 그 "활동적이고 권위적인" 거 왠지 잘 이해가는걸~
    인증샷 인증샷
  6. daljo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18 10:07
    Y대 가운이 접하지 못했던 거라 신선하고 어색했는데, 요즘은 깔끔해 보여요.
    리얼 S대 가운은 치수를 개인별로 (엉성하긴 하지만) 재는데도 불구하고,
    무릎 밑으로 20cm은 내려오게 만들어주더군요;;;; 게다가, 세탁하고 나오면
    엄청난 풀 때문에 뻑뻑함이 대단합니다. 허허

    가운은 갑옷과 같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입었을 때 책임감까지 업그레이드 되구요.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19 19:06
      그러게요.. 지금 입는 가운도 무릎까지 내려갑니다.. 레지던트때는 허벅지 길이로 기억하는데 말이죠 :-)

      가끔 풀 먹인 가운에 손이 베었다는 얘기도.. :-)
  7. Secret visito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19 13:49
    Administrator only.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19 19:08
      가운 뿐 아니라 깨끗한 수트가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 같아요. 저도 레지던트때는 대충 입고 다녔는데, 전문의 되고 나서 근무하고서는 항상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메고 다니려고 신경쓰고 있습니다 :-)
  8. sol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0 17:56
    무릎까지 내려오는 가운을 입고 계신, 박쌤을 보고 싶어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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