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
2004/11/27 23:36

모든 것이 조용하다. 소녀가 홀로 찾은 바닷가는 어떤 슬픔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제 자리를 찾아야 할 것들이 온전하게 제 자리로 돌아간 듯한 차분함. 통속적인 슬픔과 울음, 연민은 없다. 감독이 보여주려했던 것은 슬픔이 아니라, 침묵 속에 숨겨진 단단한 열정이 아니었을까. 소년은 한 번도 그의 열정의 크기와 깊이를 말한 적이 없기에 나는 가늠할 수 없고, 그의 일상으로 짐작할 수 밖에 없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해진다. 삶의 다른 모든 것을 뛰어넘은 열정.
그래서 소녀에게는 홀로 찾아간 바다가 슬프지 않다. 오히려 소년을 가장 소년답게 기억할 수 있는, 소년이 자기 자신을 찾았던 그 바다가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진다. 말하고 표현하는데 서툰 사랑이었지만, 언어가 사라진 자리에서 교감하던 사랑은 또 얼마나 깊은 것이었나.
담담하게 차분한 영화였지만 그만큼 긴 여운이 남는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일본 영화들과는 달리 담백한 아름다움이 잊혀지지 않았던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