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2009/08/23 01:51
토요일 저녁, 내과 선배와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 중 마음에 가장 와 닿았던 말은 이런 내용이었다. '의사가 좋은 점은 남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외과의사는 자신의 complication rate 0%, mortality 0%를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고민하고 술기를 훈련하면 되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다른 직업들은 다른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가. 의사는 단지 자기 자신만을 이겨내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잘하는 누군가를 시기하고 경계하며 깎아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 역시 누군가를 질시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다. 어쩌면 다른 의사 누군가를 경계하고 질시하는 마음이 드는 것 부터가 본말이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 스스로 마음이 옹졸해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요즘,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었다. 그리고 내가 경쟁해야하는 상대는 나 자신이다. 내 자신의 지식, 내 자신의 술기, 내 자신의 우유부단함, 내 자신의 약함과 게으름.
토요일 오후 갑자기 emergency가 생겨 수술에 들어가고, 그 때문에 약속 시간에 1시간 반이나 늦어버리고, 그래고 급한 마음에 자유로에서 과속을 하고 있던 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와, 가로등불들, 그리고 적절한 속도감이 문득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었다. 차이코프스키의 현악 4중주에 이어 쇼팽에 녹턴이 나왔고, 그 두곡이 흐르는 사이에 일산에서 신촌까지 도착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지난 몇 주간의 시간 중 가장 아무 생각없이 릴렉스되었던 순간이었다. 일 때문에 병원 앞에 집을 구해서 살고 있지만, 멀리까지 출퇴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자유로와 강변 북로를 달릴때의 쾌감, 그리고 집 또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는 방향성, 그리고 음악과 가로등불들이 주는 포근함, 이런 만족감을 매일 느낄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 집 앞에서 병원까지 10분이면 가는 생활에서는 이런 만족감을 느낄 수가 없다.
지난 한 달간은 정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지난 한 주 중에 점심을 챙겨먹은 적은 한 번 밖에 없다. 일이 많고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적이 없지만 일이 고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미묘한 인간 관계나 그 안에서의 알력이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사진은 한 장 있어야 할꺼 같아서 침실 사진. 그래도 하루 중 누워서 잘 때가 제일 편하다.. --; 벽의 사진은 내가 예전에 직접 촬영한 사진들... (예전 포스팅에도 나오던 사진들임..)

그림위치를 조금만 더 낮춰봐~
벽에 못 박기 싫어서.. 지난번에 살던 사람이 박아 놓은 못을 그대로 쓰고 있어요.. 괜히 손 대면 나중에 전세 계약 끝날때 주인이 뭐라 할 꺼 같아서.. 버티고 있는 중이에요 :-)
고생이 많으십니다... 우리도 어제 왕대박 mediastinitis 와서 하루종일 수술했는데,, 일요일이라도 즐겁게 잘 보내시길....
일요일은 하루 종일 너무 더웠던거 같아.. --a
왠지 근접하기 힘든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어~ (침대와 그림들 위치...)
뭐.. 원래 박혀 있던 못에 사진 걸어놓은것 뿐인데요 :-)
언제 일산 놀러오세요 :-)
집이 일터(?)와 조금 떨어져 있어도 괜찮다는 생각에 동의합니다.
저역시 학교와 주소를 공유할만큼 가까운곳에 사는 형편이라
일상과 일터(?)의 경계가 모호해서 오히려 충전이 덜 되는것 같기도 해요.ㅋㅋㅋ
원래 박혀 있던 못에 사진 걸어놓은 것 뿐인데 분위기 있네요. ㅎㅎ조명탓인가.
근데 일의 특성상 병원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어야해요.
일상과 일터의 경계를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저녁 시간에는 무조건 병원을 나와 운동을 다니려구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정신적으로 피폐해질꺼 같아서...
Administrator only.
일산동구에서 행신까지는 10분거리인데요 뭘 :-)
언젠가 제가 캐나다에 가게 되면, '그 섬'에 꼭 데려가 주세요 :-)
제목이 같아서 글을 새 글이 없는줄 알았네.
잘 지내고 있구나. 근데 니가 나약하고 게으르면 다른 사람들은? ㅋㅋ
잘 지내고 있다고 하긴 좀 어려워 :-)
근데 나, 겉보기와 다르게 게으른데....
집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누워있으면 자유연상을 하면서 정신분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구나! 정신과 선생님을 초빙해 보자.
요즘은 정신과도 약물치료가 대세!
예전에 일산 병원에서 집으로 퇴근할 때 석양이 비치는 자유로를 Mo'better blues를 들으면서 그 분위기에 기분이 좋아진 적이 있었다. 강변북로 막히는 구간에 가기 전까지...
어디까지나 적당해야지. 강남-일산 같이 먼 구간이면 몸이 못 버티지.
맞아요.. 자유로까지는 괜찮다가 늘 성산대교 직전부터 꽉 막히잖아요..
강남 - 일산은.. 불가능.. --a
잘지내는겨? 잘못지내는겨?...
글로는 잘 알수가 없다..
휴가가 끝난뒤..쏟아지는 업무들..ㅠ.ㅠ
soso..
그나저나 넌 휴가라도 다녀왔잖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