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지나치듯 그를 본 적이 두 번 있다. 2003년도, 한참 '칼의 노래'가 많이 읽히고 있을때, 광화문 근처 한 음식점, 내가 앉았던 곳 맞은편 테이블로 들어와 앉았다. 유명한 작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신기했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강남 교보문고에 우연히 들렀다가 그의 신간 '남한 산성'이 출판됬다는 사실을 알고 책을 구입했고, 오후 3시에 사인회가 있다고하나 다른 약속이 있음을 아쉬워하면서 서점을 나서는데, 멀리서 느릿느릿하게, 하지만 깊게 생각에 빠진듯한 모습으로 내 옆을 천천히 그가 지나갔다. 사진을 볼때건 두번 우연히 마주쳤을때건, 그의 눈빛은 칼날이 서 있는듯 하다. 그의 문체가 날이 선 검과도 같다고 느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칼의 노래' 이후의 소설들에서는 처음 소설이 주었던 충격과 감동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단단하고 단호했다. '칼의 노래'가 이순신과 그가 맞서 싸워야 할 분명한 적을 대립시킴으로서 비장함과 엄숙함의 극치를 이루었지만, '남한 산성'에서는 그 분명한 적이 없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서 벗어나 모두가 살기 위해 애처롭고 비장하다. 싸우기를 주장하는 사람도, 죽음보다 비참한 굴욕을 견디어내면서라도 살기를 원하는 사람도, 그 무엇도 아니고 단지 배고프고 추워서 괴로운 사람까지도.
극명하게 옳은 것과 그른 것, 가야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정해져 있다면 세상은 덜 혼란스럽다. 하지만 어느 경우도 명확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에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고, 또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는 조건이다. 한겨울의 투명한 차가움, 꽁꽁 얼어붙은 강가의 냉기와 같이 이 소설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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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한참 논술 준비를 할 때 내 문장이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문장이 길면 문장 자체의 논조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읽는이에게 의미 전달이 어렵다. 즉, 독자에게 친절하지 못한 문장이다. 김훈의 '칼의 노래'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지극히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체다. 기자 출신이라서 그런지 간단 명료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소설. 그러고 보면 그가 한겨례에서 늦은 나이에 사회부 기자를 할 때도 그의 문장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던 것 같다. 항상 팩트만을 담아내고도 진부한 설명보다 더 강렬한 기사.
시간이 나면 읽어봐야겠다. 물론 그 전에 읽겠다고 사 놓은 십수권의 책을 먼저 읽은 뒤에...
사서 볼 만한 책이죠 :-) 혹 원하시면 빌려 드릴수도 있구요 :-)
요즘은 소설을 거의 안 읽는 편인데 남한산성은 한 번 사봐야겠네요. ^^;;
국문과 석사 과정을 다니고 있는 우리 과 펠로우 선생님은 절대로 책은 빌리지도 빌려 주지도 않는다. 전에 읽고 있던 책이 재밌을 것 같아 빌려달라고 했더니 다음 날 새 책을 한 권 사서 주셔서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결론은 사 달라는 거...?
저 신촌왔는데, 한 번 뵙죠 :-)
네가 바빠서 볼 수 있겠냐... 가끔 ER 내려 올 때 아니면 얼굴 보기 힘드니...
주말에 미리 약속하면 되지요 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