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것들

2007/04/0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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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초저녁 퇴근길이거나, 혹은 저녁의 어스름을 맞으며 차 안에 앉아 운전을 할 때, 김미숙씨가 진행하는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음에 가득했던 번잡함, 조급함과 고민들이 순간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곤했다. 운전을 하는 것과, 조용한 음악을 듣는 것이 명상에 가까운 차분함을 안겨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항상 오후 6시가 되고 저녁이 다가오면, 라디오를 들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를 늘 떠올리곤 했다. 그런 라디오 프로그램이,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진행자가 바뀐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의 정수는 무엇보다도 차분하고 사색에 잠긴듯한 목소리로 진행하는 김미숙이라는 진행자때문이었는데, 이제 그가 떠나게 된다. 이 아쉬움을 어떻게 달래야 하는건가.

라디오가 내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빠르고 영상에 의존한 수많은 매체들이 범람하는 요즘, 라디오는 시대를 역행하는, 세상이 변해도 아름다운 것과 소중한 것들은 변치 않아야 한다는, 정작 중요한 것은 빠르고 편한 것이 아니라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손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이어야 한다는,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도 정작 내 삶은 그렇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DVD로 보고 듣는 영화가 아니라, 방 한 구석 모노의 라디오가 주는 의미는 그랬다. 늘 시간에 쫓기고 살지만, 간혹 시계를 보면서 아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어떤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구나, 하고 설레고 아쉬워하고, 또 시간이 생겨 그 시간에 맞추어 라디오를 틀고 단 10분이라도 라디오를 듣는 그 기쁨을 알까. 그런데 근래 내가 그 좋아하던 프로그램들, 그리고 그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변해간다. 나에게는, 그런 변화들이 마치 진정 마음깊이 사랑했던 사람이 떠나가는 것 만큼이나 상실감을 준다. 그리고 그 상실감 속에서 한 주를 보내야했다...
2007/04/06 22:45 2007/04/06 22:45
by 박성용
category : Trac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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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oiy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07 00:43
    진행자가 바뀔때의 심정이라... 정말 아련한 기분이네... 고등학교때 이후로 못느껴본...
    그나저나, 그 방송이 하는 시간에 퇴근을 한다는게 왠지 믿기지가 않는다는... -_-;;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7/04/07 00:47
      주말 오프때 그 시간에 집에 갈때가 간혹 있어서 --;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2. mis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09 23:16
    그래도 떠나가는 것은 언제나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지만, 새롭게 오는 것은 익숙하진 않아도 많은 설레임 간직하고, 시작할 가장 좋은 때를 기다리며 미소 담은 앞모습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을 지도 모르잖아요. ^^

  3. Secret visito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09 07:56
    Administrator only.
  4. haegen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09 22:12
    아아아 <세상의모든음악>에 대한 애틋함과 아련함은 저의 심정이기도 한데..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대강다 외롭고 비스무리 한가보군요..
  5. Secret visito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10 14:01
    Administrator only.
  6. sb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16 01:04
    정은임씨가 영화음악을 그만 두었을 때가 생각나는군.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7/04/16 12:18
      전 정은임 방송을 들은적이 없는데.. 이젠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으니..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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