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죽음
2006/05/17 02:01
사망진단서를 쓰다가 환자의 나이가 채 내 아버지보다 젊은 사람일때, 혹은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일때, 그래도 고생하고 앓다가 죽은 사람은 아버지 보다 몇 년은 더 늙어보였을때, 사인들만 나열해 놓은 건조한 사망진단서가 내 것처럼 느껴지며 무척이나 외로워진다. 근위축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증례 보고를 준비하다, 챠트 한 구석에 쓰인 주민등록번호로 그의 나이가 나와 같음을 깨달았을때, 나이가 들면서 그가 겪어 왔을 질병의 무게를 생각하면 그 무게가 마치 나를 짓누르는 것 처럼 느껴져 더욱 슬퍼진다.
심폐 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받기 위해 보호자와 얘기를 하면서, 정말 더 이상의 가망이 없는 거냐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네 라고 선을 그어버리고 얘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것이 진정 마지막인가, 내가 모르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마음 속에서 떨려오기 시작한다.
오늘 임종한 환자가 며칠전 박선생은 너무 냉정한거 같아, 라고 얘기했다. 제가 냉정하니까 지금 여기에서 서서 얘기할 수 있는겁니다, 라고 얘기했지만, 냉정함의 이면에는, 냉정함의 서늘함 만큼이나 큰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거부가 있었음을 그는 알았을까.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죽음으로서 또 어떤 것들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환자가 죽는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그에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새벽이다.
심폐 소생술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에 사인을 받기 위해 보호자와 얘기를 하면서, 정말 더 이상의 가망이 없는 거냐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네 라고 선을 그어버리고 얘기하지만, 그 이면에는 이것이 진정 마지막인가, 내가 모르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방법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마음 속에서 떨려오기 시작한다.
오늘 임종한 환자가 며칠전 박선생은 너무 냉정한거 같아, 라고 얘기했다. 제가 냉정하니까 지금 여기에서 서서 얘기할 수 있는겁니다, 라고 얘기했지만, 냉정함의 이면에는, 냉정함의 서늘함 만큼이나 큰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거부가 있었음을 그는 알았을까.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하지만 죽음으로서 또 어떤 것들은 의미를 가지게 된다. 환자가 죽는 것이 슬프기도 하지만, 그에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다는 점이 더 슬프게 느껴지는 새벽이다.

얼마나 더 고민을 해야 정답을 알 수 있는 걸까요. 정답이 있기는 한 것인지...
그러게요.. 정답이 있기는한건지..
환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었는데...한 청연한 의사의 고뇌를 깨달은 듯 가슴 한 켠이 짠해지네요. 죽음이란 참 어렵지만..참 쉬운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