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대체요법을 보며
2004/11/29 19:49
무속인 식초요법 아토피 3세 숨져
부산 금정경찰서는 29일 민간요법을 무리하게 시술해 홍모(3)양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무속인 신모(43·여·부산 금정구 장전동)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간요법을 계속한 홍양의 아버지(31)와 어머니(28)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8월말부터 홍양의 부모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속칭 '식초요법'으로 2년전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아오던 홍양을 치료해 오다 패혈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할아버지가 최근 홍양의 생사가 불투명하다며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검거 당시 신씨와 홍양의 부모가 지난달 4일 홍양이 끝내 숨지자 병사로 처리,화장을 한 뒤 사망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치료하는 병, 조절하는 병
29일 아침 뉴스에서 위의 기사를 접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병이 얼마나 안쓰러웠으면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저런 근거없는 대체요법에 의존하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대체요법들에까지.
어쨌거나 이번 일에 가장 힘들어하고 가슴아파할 사람들은 아이의 부모들이기 때문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비난을 하는건 아니다. 아토피 피부염과 같이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을 치료하겠다고 생각한 부모의 무지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어도, 아이를 생각하고 염려한 마음에 대해서는 제 삼자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임의로 병을 나누어 본다면, 완치할 수 있는 병, 완치 할 수 없는 병, 그리고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조절하면서 그 병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해야 하는 병으로 나눌 수 있다. 골절이나 맹장염은 간단한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병이지만, 말기 암의 경우는 거의 치료가 불가능하다. 천식이나 아토피, 그리고 당뇨와 같은 병은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조절하고 적절한 약을 복용함으로서 '조절'해야 한다. 중요한건 환자와 보호자 스스로가 자신이 가진 병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아이의 부모들이 아토피는 조절하는 병이지 완치가 가능한 병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완치를 시켜주겠다는 무속인의 무책임한 대체요법에 현혹되지 않았을 것이다.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비의료인의 책임을 따지기 앞서, 만성병을 가진 환자의 보호자로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어야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근거없는 의료행위는 범죄일 수 있다.
'의도가 선량하면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 또한 국가와 사회가 인정한 의료인들이 의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료행위를 행하는 경우에 한정된 것이지, 비의료인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치료를 하겠다는 행위는 크게는 '살인 행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이 법정에서 어떠한 판결이 내려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 정서 뿌리 깊게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과 대체의학에 대한 근거없는 맹신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그 원인에 대해서는 차후에 더 언급이 필요하겠지만) 잘못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병원에 있다보면, 조절해야 하는 병 혹은 치료가능한 병을 대체요법에 의존하다가 병을 악화시킨채로 입원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곤한다. 물론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아직 현대의학이 효능 입증을 하지 못한 것들도 있겠지만, 이미 의학적으로 해서는 안 될 금기에 가까운 대체요법을 받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만성간염이나 간경화환자에게는 인진쑥이나 상황버섯은 먹지 못하도록 누누히 의사들이 강조하는 약물임에도, 인진쑥을 먹고 그나마 간기능이 유지되던 간경화환자가 갑자기 간기능이 악화되어 병원에 오는 경우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 어딘가에는 '간에 좋은 인진쑥'이라고 플라스틱판에 페인트로 조잡한 글씨로 적어놓은 채 파는 상인들이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 먹은 사람? 파는 사람? 알면서도 더 적극적으로 대체하지 않는 의사들? 아니면 정부와 보건관계자들? 일차적으로 파는 사람이 가장 문제이겠지만, 그럼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무죄함에 대해 안도해도 되는 것인가.
의사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사를 접할때마다 의사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도 아니고, 법적인 잘못을 물을 수도 없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세상의 어떤 직업이 죄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의료현장에 있다보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나름대로는 상당히 똑똑하고 아는게 많다고 생각을 하지만, 의사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저렇게 잘못된 지식을 배워온걸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분명 맞는 답이 있고 옳은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지식과 주장이 횡행하는데에는 옳은 지식을 배운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잘못된 주장과 싸워서 고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바른 지식을 전달할 책임. 세상이 아무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남대문 안 본 놈이 본 놈 이기는 곳이라고 해도, 안 본 놈이 본 놈 이기는 세상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부산 금정경찰서는 29일 민간요법을 무리하게 시술해 홍모(3)양을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무속인 신모(43·여·부산 금정구 장전동)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민간요법을 계속한 홍양의 아버지(31)와 어머니(28)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지난 8월말부터 홍양의 부모와 함께 자신의 집에서 속칭 '식초요법'으로 2년전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을 앓아오던 홍양을 치료해 오다 패혈증으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할아버지가 최근 홍양의 생사가 불투명하다며 신고하는 바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검거 당시 신씨와 홍양의 부모가 지난달 4일 홍양이 끝내 숨지자 병사로 처리,화장을 한 뒤 사망신고조차 하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 2004년 11월 29일. 부산일보 사회면
치료하는 병, 조절하는 병
29일 아침 뉴스에서 위의 기사를 접하고,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올랐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병이 얼마나 안쓰러웠으면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저런 근거없는 대체요법에 의존하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에서부터, 우리나라의 무분별한 대체요법들에까지.
어쨌거나 이번 일에 가장 힘들어하고 가슴아파할 사람들은 아이의 부모들이기 때문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거나 비난을 하는건 아니다. 아토피 피부염과 같이 완치가 되지 않는 병을 치료하겠다고 생각한 부모의 무지에 대해서는 얘기할 수 있어도, 아이를 생각하고 염려한 마음에 대해서는 제 삼자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임의로 병을 나누어 본다면, 완치할 수 있는 병, 완치 할 수 없는 병, 그리고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현대의학의 관점에서) 조절하면서 그 병의 상태가 악화되지 않도록 치료해야 하는 병으로 나눌 수 있다. 골절이나 맹장염은 간단한 수술로 완치가 가능한 병이지만, 말기 암의 경우는 거의 치료가 불가능하다. 천식이나 아토피, 그리고 당뇨와 같은 병은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생활습관과 식습관을 조절하고 적절한 약을 복용함으로서 '조절'해야 한다. 중요한건 환자와 보호자 스스로가 자신이 가진 병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알고 '인정'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아이의 부모들이 아토피는 조절하는 병이지 완치가 가능한 병이 아니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면, 완치를 시켜주겠다는 무속인의 무책임한 대체요법에 현혹되지 않았을 것이다.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비의료인의 책임을 따지기 앞서, 만성병을 가진 환자의 보호자로서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어야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데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근거없는 의료행위는 범죄일 수 있다.
'의도가 선량하면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원칙 또한 국가와 사회가 인정한 의료인들이 의학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의료행위를 행하는 경우에 한정된 것이지, 비의료인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치료를 하겠다는 행위는 크게는 '살인 행위'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주의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이 법정에서 어떠한 판결이 내려질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국민 정서 뿌리 깊게 서양의학에 대한 불신과 대체의학에 대한 근거없는 맹신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그 원인에 대해서는 차후에 더 언급이 필요하겠지만) 잘못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병원에 있다보면, 조절해야 하는 병 혹은 치료가능한 병을 대체요법에 의존하다가 병을 악화시킨채로 입원하는 경우들을 많이 보곤한다. 물론 의학적으로 의미가 있지만 아직 현대의학이 효능 입증을 하지 못한 것들도 있겠지만, 이미 의학적으로 해서는 안 될 금기에 가까운 대체요법을 받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만성간염이나 간경화환자에게는 인진쑥이나 상황버섯은 먹지 못하도록 누누히 의사들이 강조하는 약물임에도, 인진쑥을 먹고 그나마 간기능이 유지되던 간경화환자가 갑자기 간기능이 악화되어 병원에 오는 경우를 접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래시장 어딘가에는 '간에 좋은 인진쑥'이라고 플라스틱판에 페인트로 조잡한 글씨로 적어놓은 채 파는 상인들이 있다. 누구의 책임인가, 먹은 사람? 파는 사람? 알면서도 더 적극적으로 대체하지 않는 의사들? 아니면 정부와 보건관계자들? 일차적으로 파는 사람이 가장 문제이겠지만, 그럼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무죄함에 대해 안도해도 되는 것인가.
의사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진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사를 접할때마다 의사들에게도 나름대로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도 아니고, 법적인 잘못을 물을 수도 없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세상의 어떤 직업이 죄없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의료현장에 있다보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나름대로는 상당히 똑똑하고 아는게 많다고 생각을 하지만, 의사들이 보기에는 어떻게 저렇게 잘못된 지식을 배워온걸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분명 맞는 답이 있고 옳은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지식과 주장이 횡행하는데에는 옳은 지식을 배운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잘못된 주장과 싸워서 고치고, 다른 사람들에게 바른 지식을 전달할 책임. 세상이 아무리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남대문 안 본 놈이 본 놈 이기는 곳이라고 해도, 안 본 놈이 본 놈 이기는 세상에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