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2009/06/15 23:59

2004.7 태국 방콕
Contax G1, Biogon 28mm, Kodak E100VS
Contax G1, Biogon 28mm, Kodak E100VS
인턴들과 얘기하다가 문득. '내가 학생때는' 이라고 말하는 시기가 지금부터 적게는 5년전, 길게는 10년전의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그리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은데, 그동안 10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가버렸다.
예전에는, 운동 선수 나이가 서른이 넘으면 늙은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 나이가 벌써 서른이 넘어 버렸다. 그렇다고 서른의 나이로 내가 이루어 놓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누구나 그렇지만 서른이면 사회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또 많은 것을 갖추고 살아갈 것이라 기대했는데, 지금 내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 여전히 내 진로는 불투명하고 사회적인, 경제적인 기반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병원에 나가고, 환자를 보고, 또 나름 공부도 하고 지내는 전문의 이지만, 여전히 나는 의학적으로도 부족하고 모르는 것도 많다. 배우고 익혀야 할 수술도 많고, 몇 년 후에 내가 과연 남부끄럽지 않은 흉부외과 의사라고 자신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서른은 불안하고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살아가다보면 마흔이 되어도 상황은 그리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저도 동일한 생각을 자주 하고 있습니다. lol 해답은 없고, 인생은 1/3 정도 살았고. 머리는 아프고....... 뭐 그렇고 그렇습니다. ㅠ
그러게요, 적게는 1/3, 많게는 반을 살았는데 말이에요.
더욱이 저는 의사 생활 40년 한다고 하면 벌써 그 중 5년이 넘게, 1/8이나 지나갔다는 생각을 하면 직업적으로도 조바삼이 나네요.
아, 밤에는 이래서 생각을 하면 안되요. --a
잘하고 계시면서 왜 그러세요
꼭 그런건 아니에요
대학생 때 철인 3종 경기를 보면 우승한 사람이 30대 초반이었고, 그 당시 3위였던 선수가 자신은 20대 중반이기 때문에 우승자보다 훈련 기간이 몇년이나 적었다는 점을 강조하더군요. 우승자와의 나이 차이만큼 자신이 계속 훈련한다면 더 좋은 기록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더군요.
운동 선수인데도, 나이가 들면 체력이 떨어진다는 그런 고정 관념은 가지고 있지 않더군요. 우승자에 대한 존경심과 자신에 대한 믿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것도 좋은 자세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좋은 모습을 보여주시더군요. 앞으로 활동 할 수 있는 기간이 30년 넘게 남아있다고 보면 꽤 희망적이지 않나요...^^
어렸을때는 '내가 저 나이때면 더 잘 할 수 있을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내가 저 나이가 되면 과연 저 정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더 하게 되요..
적어도 지금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들 나이가 되었을때 그 보다 더 나은 지식과 기술이 있어야 할텐데 말이지요...
그래도 긍적적으로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Administrator only.
정말 좋은건 직업으로 갖지 말라는 얘기와도 비슷한 맥락인가요? :-)
언제쯤 들어오실건지 미리 귀뜸 좀 해 주세요 :-) 그나저나 요즘 수술 일찍 끝날때는 4시 방송 꼭 챙겨 듣고 있습니다.. :-)
근데... 마흔이 되도 그런가요? 흠...
저야말로 학생신분이다보니 불안하고 답답한 측면이 많은데.....
저에 비한다면 선생님은 너무 근사하신걸요. 비교대상도 아닌 거죠. 사실.^^
저는 마음을 달리 먹었어요.
자유롭고 편안해졌죠.
서른이 되었을 때 뭔가를 이루어놔야 당연한 거다라는
생각은 절대로 안 해요.
너무 느긋해도 안 좋지만, 조급해할 이유도 불안해할 이유도 없는 것 같아서
마냥 행복하고 즐겁게 살고 있지요.
30대는 제가 가지고 있던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선생님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보다 백배 더 멋지고 잘 하고 계시니 걱정 마시구요.^^
걱정이라기보다는 불안하다는 표현이 맞는데...
그러고보니 전 성격 자체가 늘 불안해하는 면이 있습니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긴 하지요 :-)
Administrator only.
예전에 댓글을 남겨주신 기억이 나네요 :-)
오늘은 별 생각없이 일하다가, 저녁되서는 이유를 모르게 좀 짜증이 나는데 (이유를 따지자면이야 몇 가지 있지만 옹졸한 것들이라) 남겨주신 댓글을 보니 뭐랄까,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