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사랑하기

2007/04/22 00:35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세대 교정
Contax RX, Vario-Sonnar 28-75mm


이 사진 생각이 나서 예전에 스캔 해 놓은 파일을 찾아보니, 벌써 3년전에 찍은 사진이다. 그 사이 벌써 이렇게 세 번이나 봄이 지나갔나 싶어서 움찔해진다. 지금 기억으로는 인턴을 할 때였고, 주말 오프를 나와 모교 교정에서 찍은 벗꽃 사진이었을 것이다. 그리 큰 기대를 하고 찍은 사진은 아니었지만, 필름을 현상하고 나니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빛이 무척이나 투명해서, 더욱이 콘탁스 렌즈들이 주는 청명함과 화려함이 무척이나 마음이 들었던 사진이다.

한 선배는, '내 인생의 작품'이라는게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질지 몰라 늘 필름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난 오히려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고 또 스캔하고 필름첩에 보관하는 일이 갈수록 귀찮게 느껴져 이제 필름 카메라들을 정리하고 디지털 카메라만 남겨야 되겠다고 생각하곤 한다. 극에 달아 있는 두 생각. 하지만 이 사진을 보고 다시 생각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이런 사진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선배의 말대로,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사진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질지 모르는데, 편리함에 쓰면서도 늘 한구석에는 이게 최선이 아니라는 아쉬움이 남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이, 나에게 갑자기 다가올 운명같은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내게 다가올 그 최고의 순간을 최대한 느끼기위해서 지불해야 할 번거로움들, 수고, 그런 것들이 귀찮아진다면, 나는 내 인생을 진정 사랑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2007/04/22 00:35 2007/04/22 00:35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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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솔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22 06:47
    사실 저는 니콘 디지털똑딱이로 시작했다가 필름카메라로 넘어왔습니다...효상이와 안동하회마을에 갔다가 누렇게 물든 보리밭을 우연히 니콘 4500(디지털)와 펜탁스 K1000(필름)으로 찍었는데, 결과물에서 펜탁스로 찍은 것이 훨씬 맘에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로 디지털과 니콘 둘다 싫어하게 됐다는.....ㅡㅡ;;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7/04/22 08:59
      아무리봐도 제 취향도 콘탁스인거 같아요 :-)

      싸이판 사진보니.. 너무 부럽습니다 ㅠ,ㅠ
  2. 자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22 16:12
    꽁딱스!!! :)
    저도 언젠가 그 빨간 T자 붙은 렌즈를 써보고 싶어요.
  3. hope4lif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23 07:37
    지난 주말 외출하다 길가에 핀 꽃이 너무 이뻐서 폰카로 찍었는데 실물보다 잘 나오지 않았어도(폰카니까 그렇겠죠?^^) 봄기분을 만끽한 것 같아 너무 좋았어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하는 계절인 봄, 가을을 좋아하는데~ 선생님이 올려놓으신 꽃이나 풍경사진을 보면서 그 계절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어 너무 좋네요~^^(부럽기도 하구요~^^)
  4. H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24 11:28
    난 굳건히 Contax를 지켜나가야지... 이제 645까지 덤으로 가져왔으니...
  5. mis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7/04/28 14:58
    자연은 저렇게 1년전이든, 3년전이든, 100년전이든 봄이 되면 어김없이 저렇게 빛을 발하는데 사람은 봄이라고 해서 꼭 활짝 필 수는 없으니...그래서 사람인가봐요. 청명한 주말 오후 오늘 날씨와 참 닮은 저 사진을 보며 문득 드는 생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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