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2006/10/09 15:47

 


전국민이 빠지지 않고 보는 영화라길래 안보면 안 될 것만 같아 추석 연휴 중에 '타짜'를 봤다. 같이 일하는 위에 선생님이 개봉하기도 전에 너무나 기대되는 영화라며 극찬을 했고, 개봉하는 날 보고 오시곤 너무나 만족스러워해서 나름대로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 뿐 아니라 같이 본 친구도 그런 것 같았고.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은 무뚝뚝하고 차갑고 냉정한 것이지만 - 물론 잘 알게 되거나 친해지면 정반대의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그 인상과는 달리 소심하다. 뭐, 도박이야 할 수 있는거고, 도박하면서 다른 사람을 속이는 일이야 충분히 생각 가능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을 그렇게 죽이고 불구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 다른 사람의 몸에 칼을 대는게 어떤 의미인지, 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은 하는 걸까. 다른 사람의 귀를 자른다는거, 다른 사람의 손을 자른다는게 그저 도박판에서 사람을 속인 죄의 값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걸까. 사람 죽는 모습은 이제 이골이 나도록 많이 봤고, 이건 그냥 영화이고, 실제 우리 사는 세상이 그런지는 아니면 극적으로 과장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

더욱이, 직업병인지 몰라도, 저 부위를 칼에 찔린 사람이 응급실에 오면 어떤 순서로 환자를 봐야 할까, 우선 ABC는 유지되니깐 일단 라인을 잡고 볼륨을 주면서 CT를 찍고 explo-lapa를 하거나 explo-thoracotomy 를 해야하지 않을까. 저 부위가 손상 받고 저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패혈증이 올꺼고, 그럼 항생제를 뭘 쓰면서 절단은 어느 부위까지 해야 하는걸까, 하는 생각들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돌아서 온전히 영화에 집중 할 수가 없었다. 아니, 영화 내용이 너무 나에게는 이질적이라 결국 내 방어기제가 동원한 것은 그런 의학 지식인지도 모르지. --;


이 영화에서 그나마 멀쩡해보이는 사람은 '화란'이 밖에 없었다. 그냥 내 바램은, 영화 주인공들이 원하듯 타짜가 되서 한 몫을 단단히 챙기거나 인생을 화끈하게 사는게 아닌, 그냥 조용히 살더라도 마음 맞는 예쁜 사람하고 결혼해서, 내가 하는 일 열심히 해서 보람을 가지고 살고, 적당히 돈 벌고 적당히 쓰고 싶은 만큼 쓰는 것, 소박한 가족주의가 전부이다. 결국 이 영화에서 마음 붙일 곳은 이수경 밖에 없었다. 이 배우, 처음볼때부터 느낀 거지만, 인상이 참 좋다.
2006/10/09 15:47 2006/10/09 15:47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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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경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09 19:26
    '타자' .... 나도 보고나서 그저 그랬던 영화....그치만 저 이수경이라는 배우의 연기도 난 다른 배우들에 비해 영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던데.^^:;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6/10/09 21:09
      연기가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냥 얼굴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훈훈해져서 말이야..
  2. 경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09 19:27
    '타자' --> '타짜' -.-;;;;;;;;
  3. ooL !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09 22:13
    직업병이야, 직업병...
    난 아직 안봤는데..그렇게 폭력적(?)인줄 몰랐네. 그래도 남들 다 봤다니 보고싶어~- _ -;
  4. Secret visito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10 23:02
    Administrator only.
  5. H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10 16:00
    도박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보면 재미가 없다... 인기가 많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그만큼 도박에 심취했던 사람이 많다는 것...? ㅋㅋ
  6. 방진형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10 18:32
    직업병인지 몰라도, 이하부터 웃다가 눈물날 뻔했어요. 제가 본 review중에 가장 인상적이에요~*^^*
    (explo-lapa, explo-thoracotomy -_-;;<-도무지 무슨 이야긴지 구체적으로 이해는 되지 않지만.)
    저는 재밌게 봤는데^^. 오히려 너무 제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서 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 게다가 넘 멋진 조승우 ㅠ_ㅠ
    하지만, 닮고 싶은 인생이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아서, 영화와 소통할 수는 없었더라는.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6/10/12 11:03
      조승우는 지킬박사와 하이드 에서 최고 였던거 같아요. 근데 좀 얌체처럼 생기지 않았나?
  7. ooL !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11 00:47
    승환이형, 방금 타짜 보고 왔는데..마침 형이 그 얘길 하니 무악 시절이 떠오르네요.

    그 때 참 재밌었는데. ㅋㅋ
  8. H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12 22:06
    무악학사 시절에 하우스를 같이 운영하던 룸메이트... ㅋㅋㅋ
    그 당시 타짜 만화를 보면서 도리짓고 땡이라던가, 바둑이라던가 하는 새로운 도박들을 익히곤 했지... ㅋㅋㅋ
  9. 하나만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10/14 00:32
    화란에 대한 코멘트 동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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