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2009/05/31 23:57

 

훈련소에 나와서 새 직장에서 일한지 한 달이 넘어간다. '직장'이라는 말이 맞을지, '부임지'라는 말이 맞을지, '자대'라는 말이 맞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 나의 신분이 '공보의'라고 말하는게 맞을지 '전임의'라고 하는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이해하고 있는대로라면 '내부적으로 전임의 대우를 받는 공보의로서 일하는 직장' 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학생때는 빨리 의사가 되고 싶었고, 인턴때는 레지던트가, 레지던트 저년차때는 고년차가 되고 싶었고, 4년차때는 전문의만 되면 일단 한숨돌린다 생각했는데 막상 전문의가 되고 나니 오히려 레지던트때가 편했던거 같다. 가장 좋기로는 학생때가 제일 좋았다. 며칠사이 실습도는 학생들이 자신들이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장담컨데 학생때를 그리워할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인턴이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은 언젠가 인턴을 그리워하는 날이 오게 된다.

몇 주전엔가 술자리에서 한 선생님이 말씀해주시길, 시간이 지나고 지위가 올라가면 시간적 여유가 더 생기고 편해질꺼라 생각을 하지만 결코 그런 시간은 오지 않는다, 지금 순간보다 더 힘든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무언가를 뒤로 미루지말고 현재에 해내야 한다, 라고 했다. 아마 지금 내 상황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제 병원에 적응도 어느 정도 되가고 분위기 파악도 했으니, 힘들기는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그만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공부도 하고 결과물도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학회 내내 했다.

아울러 흉부외과 의사가 중환자가 없고 편안한 상황들을 맞이하고 싶다는 기대는 평생 하지 말라는, 그래서 중환이 많고 그 가운데서 늘 스트레스를 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도 잊지 말아야겠다. 첫 한달동안 이래저래 중환들때문에 많이 답답했는데, 평생 중환들에 둘러싸여 살게 될테니 이제는 그 속에서 평온을 얻는 방법을 (이런게 있기는해?)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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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경에 86kg까지 되던 몸을 약 6개월만에 76kg까지 만들고 현재 직장에 들어가, 처음 몇주간 힘들어하며 75kg까지 빠지더니, 며칠사이 회식자리가 많고 자제를 하지 않아 그런지 다시 76kg까지 올라갔다. 승준이가 학회때 찍어준 사진을 보니 아직 배가 좀 나와있네 --a







2009/05/31 23:57 2009/05/31 23:57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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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바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01 10:29
    벌써 한달이 되었나요?

    저도 전문의 된 후로도 이렇게 많은 책과 논문들을 접하면서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습니다...-.-;
    (저는 그나마 공보의 때는 편했는데...^^)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02 23:39
      지난번에 대전에서 뵜을때부터 딱 한달입니다 :-)

      그나저나 오늘 다음 일면가셨던데.. 댓글들이 좀 그렇더군요 --a
  2. 과객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01 10:35
    CS board신가보네요 ^^;;


    GS board인데.,,,존경합니다...^^:::

    - 그때가 더 그리워 지실수도 있을겁니다...앞으로가 더..^^:::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02 23:40
      CS라고 하시는걸 보니 (어떤 병원들에서는 TS라고 하기도하잖아요...) 저와 비슷한 계열 병원 트레이닝이신가보네요 :-)
  3. 지니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01 19:04
    오~~
    날씬한대요...
    요즘 저의 관심사의 60프로는 다이어트거든요...열심히 운동중~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02 23:41
      저도 주위상황이 정리되면 다시 운동시작해야할꺼 같아요.. 여름도 다가오는데 :-)
  4. 두빵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01 20:42
    공보의 한달만에 저정도면 성공하셨네요.
    전 공보의 훈련때 20kg이상 빠졌다가.......
    그게 한달만에 회식으로 원상복귀 되었습니다.
    20kg 이상 빠졌을때 산 옷을 그대로 못입게 되었다는......

    근데....지금 그 생각들을 잘 가지고 가시는 것이 힘들겁니다.....^.^
    공보의 시절때 워낙 주위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공보의 졸업후, 전공까지 졸업하는 분들을 워낙 많이 봐와서....^.^

    덧> 비꼬는 게 아니고, 그냥 공보의 시절때 느꼇던 거라서요. 공보의 시간때 많은 것을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02 23:36
      사실 공보의때 많은 경험을 해 봐야 한다고 하는데 ㅜ.ㅜ 오늘도 퇴근하니 밤 11시군요.. --a
  5. chlo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01 20:55
    와 제가 딱 작년 10월경에 뵙지 않았던가요? 살 많이 빠지셨네요^^
  6. 난호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02 09:24
    허허허... 저도 다시 다이어트 해야겠네요.. 멋지십니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02 23:35
      별로 살찐거처럼 보이지 않던데요? 다이어트 안 하셔도 되지않을까요? :-)
  7. 안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03 22:21
    사실 큰수술 한 건하면 하루이틀 푹 쉬고, 재충전하면서 맑은 정신과 몸으로
    환자를 돌보는게 이상적입니다.
    선배란 사람들이 스스로 이런 환경은 못 만들어주며서, "뭐뭐는 이리해야한다"이런
    사고방식을 자꾸 주입시키는것같아 착찹합니다. 의심하세요..
    지금도 공보의란 이상한 신분으로 고급인력을 싸게 쓰고 있잖습니까. 이것이 결국 누구의 밥그릇을 끊게됩니까?? 의사니까 고생하는 것이 당연하진 않습니다.
    그냥 묵묵히 일하고 있는 대다수 선량한 선생님들을 우리 사회가 이용하는 있습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냥 굴러가고 펑크안나니까 굴러가는겁니다.
    의사들은 너무나 정해진 틀에서 참고 견디는 것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의심하고, 달리 생각하고, 스스로 싸워서 뭔가를 이루어야 합니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05 21:31
      :-)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하는 제 친구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군요. :-)


      캐나다에서 일하시는 흉부외과 선생님이 한국에 오셔서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요, 흉부외과 의사마다 수술 숫자를 제한해 놓은 캐나다 (안고고님이 말해주신대로 의사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하더군요) 에서 조차도 흉부외과 의사의 삶은 똑같습니다. 다만 경제적인 보상과 사회적인 인정이 얼마나 차이가 나느냐의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이 직업이야 제가 원해서 된거니, 이 정도는 투정은 부리지만 근본적으로는 후회나 불만은 없습니다 :-) 걱정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말하고자 하시는 부분이 무엇인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고자 하신거지요? :-)


      그나저나 안고고님 블로그 주소 좀 알려주세요.. 예전에 즐겨찾기를 해 놓았는데 포맷하면서 지금은 기억이 나질 않아서 :-)
  8. 안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06 07:28
    표현이 좀 과격했군요.^^ http://blog.daum.net/primarycare 여기가 제 블로그
    입니다만, 요즘 여기서의 활동이 좀 뜸합니다. 그냥 제 생각을 정리해놓는 공간이지 많은 분들이 찾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그 사고수준이나 깊이가 얄팍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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