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2009/07/05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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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9 서울
F80D with AF 18-35mm, Kodak E100VS
Scanned by Nikon Coolscan IV ED






금요일 오후에는 서울 플라자 호텔에 있는 학회에 갔다가, 병원에서 응급실 콜을 받고 밤 8시에 택시를 타고 일산 병원으로 돌아왔다. 간만에 금요일 저녁의 여유, 초여름 밤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모처럼 서울광장에서 음악 소리도 들리고 분수도 아름다웠는데 학회 마치자마자 chest tube 하나 넣으러 서울에서 일산까지 택시타고 들어가니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에는 아침에 일어나 회진을 돌고, 10시쯤 신촌에서 하는 학회에 가서 공부 좀 하다가, 오후 4시쯤 또 병원에서 콜을 받고 일산까지 돌아가 intubation 하고 ventilator 달고, 오후 6시쯤 다시 신촌으로 돌아왔다. 토요일에서는 일산에서 신촌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3번이나 왕복을 했다.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허리가 아플 정도로 --;) 하지만 차라리 바쁘고 힘들더라도 할 일이 있고 목표가 있는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싶다.


어떻던지간에 실력과 지식으로 같은 흉부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적어도 '믿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 믿을 수 있는 흉부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며, 어쩌면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잃고 또 포기해야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무엇을 잃고 포기해야 하는가에 대해 정확히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스스로를 참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건 알 수 있다. 분명 무언가를 잃겠지만, 지금은 그게 무엇이든 그냥 덤덤할 뿐이다.



오늘(일요일) 저녁에는 병원으로 창영이형과 현주 누나가 놀러와서 모처럼 저녁을 함께 먹었다. 레지던트때는 창영이형한테 참 많이 얻어먹었는데, 이제는 (이런 표현은 우습지만)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되었다. 오랫만에 만나니 반가웠고, 31개월된 혜림이도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듯 해서 기뻤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결혼하면 예쁜 딸을 가졌으면 한다.


목요일 저녁에는 현재 근무지에서 일하는 모교 출신들의 동문회가 있었다. 그냥 내 또래의 젊은 선생님들만 나오는 자리인줄 알았지만, 높은 선생님들까지 다 나오는 자리에서 생각처럼 편하지는 않았다. 제일 연장자인 선생님은 내가 태어난 해가 졸업년도였으니, 나보다 약 25년 선배이신 셈, 작은 아버지 뻘이었다.

모교에 대한 애착은 그리 많지 않고, 또 학연에 연연하는 것도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밖에 나와서 객관적으로 보니 모교에서 감사히 잘 배우고 나왔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하게 된다. 남들은 양아치처럼 보인다고해도 그래도 우리처럼 상하관계가 뚜렷하고, 예의바르며, 환자를 생각하는 학풍을 가진 병원도 없다. 어쨌든 그런 분위기에서 배울 수 있었던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P.S.
사진 원본은 다른 컴퓨터에 있어서 간만에 작은 사이즈의 사진을...




2009/07/05 22:53 2009/07/05 22:53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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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tella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7/06 02:05
    사진 너무 좋은 걸요~@_@
    공감이 되는 문장이 몇 있었어요....

    저는 지금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그리고 저 역시 조금은 담담한 것 같아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시는 모습
    보기 좋아요~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7/12 15:53
      안 좋은 일이 있으시던데,

      생명은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거 같아요. 저도 잘 그러지는 못하지만, 매번 떨쳐버리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마음 잘 추스리세요...
  2. H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7/06 09:52
    내 필름스캐너는 거의 1년 가까이 전원도 한 번 안 킨 것 같군. --;

    레지던트들이 있어서 ICU를 keep할 상황은 아니지만 병원 ICU의 중증도가 높은 병원은 intensivist를 따로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암센터도 이제 공보의 숫자가 줄어서 TO 못 받으면 어떻게 돌아갈까 생각하면... 흠...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7/12 15:54
      스캐너.. 계륵처럼 되어버린 존재.. 흠...

      형 말대로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흉부외과 의사는 수술만 하고, 믿을만한 중환자실 전문가가 postOp.을 좀 봐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스마트폰에 대한 유혹이 계속 --;
  3. 심리상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7/08 01:05
    우와 가을의 교정 정말 예쁘네요@.@
  4. ibrik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7/13 01:45
    학부 시절, 비슷한 위치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

    어딘가 필름을 뒤져보면 그 사진이 있을텐데, 글 속의 사진을 보니 문득 생각이 납니다.
  5. 이창영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7/13 09:02
    내 딸 이름은 예림이라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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