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란 무슨 과인가

2006/05/13 10:55

 

무슨 일을 하십니까? 라는 대답에 흉부외과 의사입니다, 라고 대답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정형외과나 성형외과는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도, 흉부외과는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흉부외과 - 가슴을 수술하니깐 그러면 가슴미용성형을 하는 과가 아닌가,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흉부외과가 세상의 마이너가 아니었던 적이 과연있었는가, 싶으면서도 어떤 과인지는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르는게 당연한 일 일런지도 모른다.





1. 흉부외과란 무슨 과인가.

흉부외과라는 기존의 명칭이고, 최근에는 '흉부심장혈관외과' 'Thoracic & Cardiovascular Surgery'라는 명칭으로 학회 명칭이 개정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도 사람의 가슴 부위에 해당하는 기관에 대한 수술을 담당하는 과입니다. 좀 더 자세히는 목, 기관지, 식도, 폐, 심장, 그리고 그 사이의 공간인 종격동, 흉부에 위치한 대동맥 및 기타 중요한 혈관을 대상으로 하고, 주로 혈관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몸 다른 부위의 혈관을 대상으로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머리 혈관을 제외하고 복부 대동맥이나 하지의 동맥 및 정맥, 상지의 동맥과 정맥등 거의 모든 혈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흉부에 위치한 장기들은 생명 유지와 직결된 장기들 - 이를테면 심장과 폐 - 이기 때문에, 대상으로 하는 환자들이 중환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큰 3차 병원은 흉부외과 전문 중환자실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고 따라서 흉부외과 의사들은 수술 뿐 아니라 중환자의학도 같이 하게 됩니다.

대게 흉부외과는 다음과 같이 3개의 영역 division으로 나뉩니다.
1. 일반 흉부 ; General thoracic
2. 성인 심장 ; adult cardiac
3. 선천성 심장 ; Congenital

일반 흉부파트는 심장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대상으로 하는 분야이고, 성인 심장은 후천적으로 생기는 심장병을 대상으로, 그리고 선천성 심장은 선천성 기형으로 생기는 심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분야입니다. 일반적으로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이 3가지 분야에 대한 수련을 받고, 전문의가 된 후 한 분야를 정하여 다시 수련을 받게 됩니다.


2. 왜 흉부외과는 기피하는 과인가?

민감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간단히 줄여서 생각하면 두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을 듯 합니다. 우선 취직을 하기 어렵고, 다음으로는 돈을 벌기가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흉부외과 의사는 최고의 대접을 받는 의사인데, 평균 연봉이 우리 돈으로 6억 내외이고, 최고 연봉자가 10억이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받는 돈의 액수가 그 사람이 하는 일의 중요성을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미국같이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운영되는 나라에서, 6억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의 노력을 해야 될 수 있는 분야이고, 그만큼 희소성이 있고 중요한 일을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실적으로 흉부외과 전문의가 되어도 큰 병원에 취직하지 못하면 배운 수술들을 다 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조그만 병원을 개업해서 혼자서 환자를 볼 수 있는 과도 아닙니다. 수술할 수 있는 자리를 얻지 못하면,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담당 의사로 취직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흉부외과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 이런 진로에 대한 부분이지요.

진로 문제도 답답하지만, 정작 수술을 하는 큰 병원에 취직을 한다고 해도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정책이나 수가 체계에서는 노력을 하는 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합니다. 이를테면 흔히 시행되는 관상동맥우회로술의 경우 평균 5-6시간이 걸리고, 흉부외과 의사 3명, 마취과 의사 2명, 간호사 3-4명 정도가 필요한 수술이며, 수술 자체의 사망율도 5% 내외 정도의 큰 수술임에도, 수술을 하고 나서 6시간 동안 수술한 댓가는 실제 계산해보면 채 5000원이 안된다고 합니다.
6시간동안 5000원을 받기 위해 10년동안 공부하고 연습하라고 하면, 선뜻 할 사람이 있을까요?

결국 진로와 현실적은 금전적인 문제로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이지만, 이만큼 또 중요한 과도 없습니다. 앞에서도 얘기했듯이, 흉부외과와 관련된 병들은 대부분 응급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환자가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병원에는 적어도 한 두명의 숙련된 흉부외과 의사가 한 둘은 있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렇습니다.

하려는 사람은 없고, 수요도 많지도 않지만 꼭 필요하기는 하고, 그런 과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의 흉부외과 의사에게 부하되는 일의 양은 엄청나게 많습니다. 더욱이 항상 응급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병원에 상주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못가는 일은 당연하기 까지 합니다. 지금 1년 반째 흉부외과 의사로서 수련을 받고 있는 저는, 지난 1년 반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그것도 낮에 나가서 밤이나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는, 채 24시간이 안 되는 시간동안만 병원 밖을 나갈 수 있었습니다. 같은 의사들끼리도 이런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일반인들의 흉부외과의 이런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건지도 모르겠습니다.


3. 누군가가 흉부외과를 하고 싶어한다면 하고 싶은 말?

그 누구보다도 흉부외과의 현실에 대해서 당사자인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후배나 다른 사람들에게 흉부외과는 좋은 과이다, 같이 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흉부외과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잘 하지 못합니다. 저 역시 누군가가 권유하고 설득해서 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를 설득하지 않을 것입니다. 돈 못 벌고, 힘들고, 그만큼 인정을 못 받는 사실이 아쉽고 답답하긴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동기 부여를 스스로 하지 못하는 사람,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을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흉부외과를 안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요.

단, 제대로 최첨단의 의학을 배우고 싶고, 가장 중환자를 보고, 공부하고, 그런 환자를 다루는 능력을 익히고 싶다면, 가장 위험하고 힘든 수술에 도전해서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고 또 넘어서고 발전하는 모습에서 스스로 희열을 느끼고 싶다면, 힘든만큼 뿌듯하고, 환자 보호자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인사를 받고 싶다면, 흉부외과보다 더 적합한 과는 없습니다. 세속적인 기준과 세상의 논리가 아니라 자신만의 보람과 목표를 찾고 싶다면, 이보다 더 적합한 과는 없습니다.
2006/05/13 10:55 2006/05/13 10:55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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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외과 수련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

    Tracked from Life Is Always Emergency  삭제

    흉부외과 전공의 수가 모자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낮은 수가와 경제적 보상, 힘든 수련 과정, 수련 후의 진로 문제까지 여러가지 문제로 인한 것이다. 인턴 때 잠시나마 흉부 외과에

    2006/05/16 01:44
  1. 자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05/13 22:46
    덕분에 흉부외과에 대해 잘 알게 되었네요. 여러 문제점이 있겠지만, 역시나 진로 문제가 가장 크게 다가오는군요.
  2. H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05/16 01:29
    응급의학과는 사람들이 더 잘 모른다... 내가 응급의학과를 한다고 했을 때 개업의이신 아버지의 반응은 "응급의학과가 뭐하는 과냐?"였다... -_-;;
  3.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05/17 15:31
    대표적인 마이너.. CS, EM...
  4. Jekki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05/18 09:59
    기초학하는 사람은 의사로도 안본다..-_-;;
    의료법을 법의학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어찌나 많은지..
  5.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6/05/21 17:12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의사는 OS - PS - Skin - Eye .. 이정도인거같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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