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25

2009/06/25 15:15

 

1.

아침에 출근해서 인터넷으로 뉴스를 보다가, 최근 안락사 사건에 관한 기사를 읽고 여지껏 기분이 상당히 불쾌하다. 김할머니의 보호자측이 '불필요한 치료에 대한 위자료를 병원에 청구했다'는데, '인공호흡기가 필요없음에도 인공호흡기 치료를 하였다' 라는 것이다. 한정호 선생님 블로그에 있던 내용을 빌리자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고 사망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인공호흡기를 설치한 것이 과잉진료이다.'
'불필요한 의료행위(인공호흡기)로 생명이 연장되어 그 기간 동안 보호자들이 심적 고통을 받아서 위자료를 청구한다.'

라고 한다. 인공호흡기를 뗐는데 바로 돌아가시지 않으니 과잉진료라는 의미이다.

아주 가끔 이런 경우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weaning이 되지 않고 lung은 안 좋아져서 거의 hopeless로 무작정 ventilator를 제거했지만 의외로 환자가 잘 견디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듣고 본 경우에는 곧 호흡기계의 합병증으로 인해 다 돌아가셨다. 정확한 환자의 상태는 모르지만, 일반적인 예후를 보면, 당장 respiratory insufficiency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조만간에 secretion내지는 aspiration으로 인한 pneumonia가 올 것이고 이로 인해 돌아가시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점이 바로 병원에서 말하는 '2주에서 4주사이'의 의미이다. 어떤 이유던지 hypoxic brain damage를 입은 환자들을 ventilator weaning을 했다고 해도, 결국은 이런 예후를 거쳐 대부분 사망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설령 weaning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도 weaning을 시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송에 걸려있고 언론이 다 지켜보고 있는 상태에서 무리수를 둬 가며 weaning을 하고 돌아가시게 할 필요가 있을까?

인공호흡기로 인해 생명이 연장되어 보호자들이 심적으로 고통을 받았다면, 호흡기도 달지 않고, 아니면 호흡기를 떼자마자 돌아가셔야 심적인 고통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모든 침습적인 검사에는 위험이 따르고 그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다. 검사에 동의하고 진행했다는 얘기는 이런 위험 부담을 받아들인다는 의미이다. 검사를 진행하다가 문제가 생겨서 돌아가시면 돌아가신것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하고, 돌아가시지 않게 resuscitation을 하면 불필요하게 살려 놓았다고 책임을 져야 하면 의사는 늘 멱살만 잡히는 직업인가?




2.

보호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그러는지 몰라도, 결코 일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선을 넘어 버렸다. 차라리 검사중에 문제가 생겼으니 민사소송을 통해 위자료를 받고 끝내는 것이 깔끔할뻔 했다. 그 이상을 넘겨서 얘기하는 것은, 도대체 저의가 뭔지 궁금해질 뿐이다.




3.

임상의로서 시간이 흘러갈 수록 이상한 환자 보호자가 많다는걸 깨닫게 된다. 덕분에 어떤 이상한 행동이나 말을 하건 욕만 안 하고 멱살만 안 잡으면 감사하다고 생각하는, 참으로 쿨한 임상의가 될 듯 싶다.





2009/06/25 15:15 2009/06/25 15:15
by 박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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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cret visito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5 19:52
    Administrator only.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26 00:47
      아니, 이게 누굽니까 :-)

      Hexar AF는 예전에 써봤는데, 크기가 커서 애매하죠. 가볍게 가지고 다니면서 찍을꺼면 차라리 T2나 T3를 살꺼 같아요. 헥사 정도를 고려한다면 개인적으로는 AF가 아닌 다른 RF 기종을 구할꺼 같은데요.

      혹시 미니룩스에 관심이 있음 연락주세요 :-) 미니룩스도 괜찮죠. 콘탁스의 짱한 맛이 아닌 라이카의 부드러운 맛을 원한다면 미니룩스도 좋고.



      안 그대로 지난밤 꿈 속에 승범이형이 나왔었는데..
  2. 양깡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5 23:53
    절대 동감. 포인트 어긋난 언론플레이가 될 것 같아 걱정이 드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26 00:57
      후배들 얘기 들어보면 병원이, 특히 151병동은 엄청 난리하고 하네요.. 흠..

      오늘 이 얘기로 여러 의사, 간호사들과 얘기를 나누어봤지만, 의료인들은 절대 이해가지 않는, 상당히 불쾌한 내용이라는데에 모두 공감하더라구요..
  3. Hwan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6 00:16
    승소 가능성을 얼마나 보고 소송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소송에서도 이겼는데 막상 weaning 후에도 자발 호흡이 계속되니 돌아가시지 않을 분을 돌아가시게 소송했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병원 측이 잘못했다는 논리로 몰고 가기 위해 소송을 한 것이 아닌가 싶네...
  4. Secret visito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6 00:34
    Administrator only.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26 00:46
      법조계에 계신 분인가보네요 :-) 사실 병원이나 의사를 겁주기 위해서 되지도 않는 소송을 거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렇게 겁주고 나중에 합의를 볼때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구요. 뻔히 보이는 위협행위에서 의사나 병원은 가해자들에게 아무말도 못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구요.. 흠...

      의사 아닌 분이 이해를 해 주시니 감사할따름입니다 :-)
  5. Jekkie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6 05:27
    항상 변호사/로펌이 누구인지 봐.

    내가 지난 3주 동안 한 일은 우리 주 병원협회에게 우리의 과거 클라이언트였던 의료 수가 코드 데이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야한다고 "꼬시는" 문서를 작성하는 거였어. 저런 변호사들은 성공금의 %를 먹기 때문에 소송이 커질 수록 자기 속을 채울 수 있지.. 우리 같은 경우에는 시간 당 변호사 비가 올라가니까 issue를 크고 복잡하게 만들수록 돈을 벌 수 밖에 없고... 보호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한 번 돌면 끝까지 돌 수 있으니까...) 변호사 머릿 속엔 돈이 최우선이지 뭐. 물론 저 분 같은 경우 돈 외에도 말도 안되는 명예를 노리기도 하지만. 내 생각엔 보호자들보단 변호사가 더 나쁜 사람이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28 17:21
      누님이 벌써 그런 일을 하고 계시다니 :-)

      서울 들어오시면 전화 한 번 주세요 :-)
  6. 만화항생제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6 09:36
    존그리샴 소설의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무수한 존엄사(?) 재판이 기다리고 있고 결국 승자는 로펌이겠죠.
    의사는 법정 다니고 변호사 상담하느라 환자 놓치고....
    대한민국에선 생명을 보는 의사는 참 힘듭니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28 17:21
      그러게요.. 힘들죠.. 그나마 큰 병원에 있으면 병원 소속 변호사들이 어느정도 일을 해 주신 한다지만.. 쩝....
  7. ssoo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6 12:00
    나도 저 소송에 낀 '그 변호사'가 문제라고 본다. -_-;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28 17:22
      흠.. 누나 그 때 통계 알려주셔서 고마웠어요 :-)
      어떻게 어떻게 해서 초록 3개 만들었습니다.. --a
  8. 마바리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6 14:48
    대부분이 시간이 지날수록 쿨한 임상의가 되죠...-.-;
  9. 이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29 17:36
    후후... 오랜만에 왔는데 좋은 글 읽고 가네; 만일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생각하기 싫다 ㅡㅡ;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29 21:36
      어, 형 요즘 어디계세요?

      블로그의 사진들, 너무 감각적인거 아니에요? 정말 좋은데요 :-)
  10. 이반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30 11:20
    후후 어디까지 f/u 하다가 loss 되었더라; 난 경기도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6/30 11:54
      마지막 F/U은 종로구에서 하던 공보의 설명회이지 않았던가요? :-)

      전화 드릴께요 :-)
  11. Secret visitor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6/30 11:21
    Administrator only.
  12. 경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7/02 12:57
    이에대해 ( 보호자와 의사관계) 말하자면 할말이 너무 산더미라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 박성용  댓글주소  수정/삭제 2009/07/05 22:59
      언제 진영이랑 다 같이 얼굴이나 보자.. 안 그래도 토요일에 진영이 우연히 만났는데.. 레이저 해 주겠다고 하더군 :-)
  13. 하나만큼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09/08/05 18:07
    오랜만에 와서, 공감하고 갑니다.
    음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그래도 의사들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저 모습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네요. 갈수록 온 사회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조금의 배려없이 무작정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 같아 참 안쓰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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