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산성

2007/05/2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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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지나치듯 그를 본 적이 두 번 있다. 2003년도, 한참 '칼의 노래'가 많이 읽히고 있을때, 광화문 근처 한 음식점, 내가 앉았던 곳 맞은편 테이블로 들어와 앉았다. 유명한 작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신기했다.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강남 교보문고에 우연히 들렀다가 그의 신간 '남한 산성'이 출판됬다는 사실을 알고 책을 구입했고, 오후 3시에 사인회가 있다고하나 다른 약속이 있음을 아쉬워하면서 서점을 나서는데, 멀리서 느릿느릿하게, 하지만 깊게 생각에 빠진듯한 모습으로 내 옆을 천천히 그가 지나갔다. 사진을 볼때건 두번 우연히 마주쳤을때건, 그의 눈빛은 칼날이 서 있는듯 하다. 그의 문체가 날이 선 검과도 같다고 느껴지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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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이후의 소설들에서는 처음 소설이 주었던 충격과 감동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단단하고 단호했다. '칼의 노래'가 이순신과 그가 맞서 싸워야 할 분명한 적을 대립시킴으로서 비장함과 엄숙함의 극치를 이루었지만, '남한 산성'에서는 그 분명한 적이 없이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서 벗어나 모두가 살기 위해 애처롭고 비장하다. 싸우기를 주장하는 사람도, 죽음보다 비참한 굴욕을 견디어내면서라도 살기를 원하는 사람도, 그 무엇도 아니고 단지 배고프고 추워서 괴로운 사람까지도.


극명하게 옳은 것과 그른 것, 가야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정해져 있다면 세상은 덜 혼란스럽다. 하지만 어느 경우도 명확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에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고, 또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근본적으로 우리를 슬프게 하는 조건이다. 한겨울의 투명한 차가움, 꽁꽁 얼어붙은 강가의 냉기와 같이 이 소설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바로 이 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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