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 내소사
2007/02/18 16:11
다음 목적지로는 변산반도의 내소사를 정했다. 김제에서 변산까지는 고속도로를 경유해서 40분정도 걸렸다. 비가 왔지만, 2월의 주중 지방 고속도로에는 차도 없고 한산해서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이 다 뚫리게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내소사 전나무길은 여행책자마다 늘 소개되는 곳. 입장료도 다소 부담스럽지만, 이 짧은 산책로를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절로 상쾌해진다. 여름에 다시 찾아와도 무척이나 시원하고 상쾌할테지만, 지금처럼 나 말고 다른 사람 하나 없이 이 길을 또 걸을 기회가 다시 또 찾아 올 수 있을까. 이래서 삶은 매 순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법이다.

늘 같은 사진이지만, 가지고간 렌즈가 같은 사진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는 호기심에 비슷비슷한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 새로 마련한 광각계열의 줌렌즈임에도 나름대로 배경흐림이 가능했다. 카메라건 자동차건, 그 한계가 무엇인지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내소사 천왕문에 이르는 길. 길 양 옆에 심어진 벗꽃이 만개하는 4월 즈음에 이 곳을 찾는다면 정말 아름답지 않을까.

유명한 내소사 천왕문의 사천왕상.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차가운 바람 소리는 듣고만 있어도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흩날리는 비는 멈추고 촉촉히 젖듯이 내리는 안개비는 더욱 운치가 있었다. 바람이 숲 속을 지나며 내는 화음소리, 그리고 멀리 계곡에서 물 흐르는 소리. 그리고 목덜미로 젖어드는 안개비. 아, 이 서늘함을 사진으로, 그리고 짧은 글로 표현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란.

내소사 대웅전 앞에서 지극 정성을 들이는 여인을 볼 수 있었다. 말은 나누지 못했지만, 이들과는 앞으로 변산반도 일대를 들러볼 때마다 자꾸만 마주치게 되었다. 나중에는 서로 알아보고 눈인사까지 하게 될 정도로.


내소사 대웅전의 목각 장식은 그 수수하면서도 정교함이 자랑이다.

대웅전 양 옆으로 세워진 별채들. 스님들이 공부하는 거처. 이 곳에서는 인연이 없었지만, 예전에는 절에 다니면서 스님들과 얘기도 나누고, 별채에 들어가 따로 차도 마시며 머물다가 간 적도 있었는데, 오늘은 스님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내소사는 규모는 작지 않지만, 잘 정돈되어 있었고, 그럼에도 수수하고 정갈한 매력이 있었다. 한겨울의 서늘함과 잘 어울린다고 할까. 늘 꾸미고 잘 치장한 사람이 매력적일지도 몰라도 이내 싫증이 나고, 진정한 아름다움은 꾸미지 않은 본연의 모습에서 드러나듯이, 한겨울, 치장을 벗은 내소사의 매력은 단정하고 정갈하고 수수한데 있었다. 혹여 겨울 사찰이 다 비슷하고 비슷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다면, 단정하고 수수한 여인들을 떠올려보길.
category : Travel
잘 씌여진 수필을 읽는 기분으로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고 자주 들어오게 된다.
산이 운치있네요.
전 눈이 쌓였을 때랑 완전 여름에 가보았었는데, 또다른 느낌이예요.^^
두번째 사진, 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이 정말 구슬같이 예뻐요. 비오는 날에 저런 풍경을 보게 되면 저도 사진 찍고 싶어져요.
작년 4월엔가 갔던 기억이 나네요^^맑은 봄날 즐거운 여행이었는데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보니 또 다른 느낌이...내소사 앞의 단 하나의 모텔에서 4만원을 돈없다고 3만원으로 깎아서 잤던 기억이ㅋㅋㅋ
'해바라기'라고 해서 순간 누군가했습니다 :-)
내소사 앞의 그 모텔 사건.. 솔이형한테 얘기 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