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2008/11/01 18:15

 

사용자 삽입 이미지
'Espresso Romano'
Canon EOS 5D with EF 50mm 1.4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시간이 늘어났다. 병원에서 근무할때야 시간이 없으니 커피 믹스를 주로 사용했는데 집에 있으면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호사를 부릴 수도 있다. 하지만 호사라고 해 봐야 거창하지는 않다. 다른 애호가들처럼 원두를 직접 그라인더로 갈고, 다시 에스프레소 머신에 넣어서 내리는 일은 귀찮아서 하지 않고 (귀찮다고 하기에는 초기 비용이 너무 커서 엄두가 안 난다는 표현이 맞을듯) 일전에 포스팅했듯이 네스프레소를 사용하고 있다. 약 1년전에 구입할 당시 캡슐을 100여개를 구입했는데, 요즘은 하루에 3-4잔이 넘게 마시니 이내 새로 캡슐을 구입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잘못된 상식 중 하나는, 에스프레소는 '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진하다는 의미의 기준은 무엇인가? 카페인 함량이 더 많다? 향이 진하다? 맛이 진하다? 스타벅스등의 커피점에서 파는 음료는 대부분 에스프레소 한 잔을 기준으로 만들어 진다. 에스프레소 한 잔에 우유를 섞든, 물을 섞든 해서 음료를 만들어 판다. 그렇다면 그런 음료 한 잔과 에스프레소 한 잔의 카페인 함량은 같다. 에스프레소를 마시면 잠이 안 오는거 같다, 라는건 심리적인 측면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같은 카페인 함량이라면 향이 진한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내 취향은 그렇다. 더욱이 괜히 물 마시면서 배를 가득 채우기는 싫기 때문에, 커피에 다른 음료를 섞어 양을 늘리는 것이 싫기도 하다.

물론 문화에 따라 커피를 즐기는 방식이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에스프레소에 물을 섞어 마시거나, 에스프레소가 아니면 드립 커피를 선호한다. 프랑스에서는 우유를 섞는 라떼를 선호하지만 시럽이나 설탕은 첨가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탈리아나 포로투칼, 스페인등은 에스프레소를 즐긴다. 그리스에서는 Greek Coffee 라고 해서 에스프레소 같은데 밑에 커피 가루가 진하게 남는 식의 커피를 판다. (현지인들에서 그 차이를 물어도 대답은 잘 못하는건지 내가 잘 못 알아들은건지 여튼 이해는 되지 않았다.) 어디가 좋고 나쁘고의 떠나서 내 상황과 취향에 따라서 즐길 뿐 이다. 만약 근무지에서 드립 커피를 만들 수 있다면 (새병원에서는 커피 메이커가 하나 있어서 커피를 내리는 것이 하루를 시작하는 일과였다) 그 또한 선호한다.

에스프레소는 여러 커피 음료를 만드는 기본이 되는데, 로마에서는 레몬을 조그맣게 잘라 에스프레소 위에 얹어 먹는 '에스프레소 로마노'를 선호한다. 이전에 시간이 될 때 한번 만들어 봤는데 - 레몬이 집에 없는 바람에 오렌지를 대신 사용했지만 -  내가 이렇게 오렌지를 예쁘게 썰지 못하는구나에서 한 번 좌절했고, 네스프레소 기계의 크레마가 너무 김빠진 맥주처럼 변해 좌절했다. 커피 위에서 오렌지 향이 나는건 좋았지만, 맛은 그리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았다. 난 아무래도, 아무것도 섞지 않는 편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2008/11/01 18:15 2008/11/01 18:15
by 박성용
category : Real Epic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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