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18일, 국내 최초로 다빈치 수술 로봇을 사용한 개심 수술이 시행되었다. 얼마전 뉴스에 보도되었던 수술은 다빈치 로봇 수술을 사용한 국내 최초의 '승모판막 성형술'이고, 7월 18일의 수술은 심방중격결손 패치 봉합술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2000년대 초반 다빈치가 보급되면서 심장혈관외과 영역에서 처음 시도되었던 분야가 바로 이 심방중격결손이듯, 사실 이 수술은 해 냈다는 의미도 크지만, 추후 다른 개심수술을 시행할 여건과 노하우를 만들었다는, bridge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여튼, 역사적인 순간, 대한민국 심장혈관외과학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수술에 수술 조수가 아니라 '사진 촬영'을 위해 참여했다. (이럴땐 내가 의사인지 사진사인지)
기록의 의미를 떠나 이번 사진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다. Surgeon과 First Assist의 모습이 진지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오직 어두운 배경안에 Surgeon의 손과 Operative field만 환하듯, 외과의사는 어둠속에서 홀로 빛나 좌표가 되는 사람이어야 한다. 어둠 속의 고독과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어야만 하는 자가 외과의사가 되야 한다.
수술 로봇이 인체에 접근해도 이렇게 보조의는 기계와 함께 수술의의 의도에 따라 활동해야 한다. 어쩌면 로봇 수술의 성패는 이 보조의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다른 수술과 달리 수술의 만큼의 경험을 가진 보조의가 로봇과 함께 환자 옆에 있게 된다. 이번 보조의는 지난번에 사진이 나왔던 이삭 선생님.
수술의는 로봇 console에 앉아 수술을 하게 된다. 예전과 달리 이제 외과의사는 머리와 판단력과 결단으로 그 재능을 인정받는 것이지, 힘과 체력, 시력, 빠른 손놀림, 이런 것들은 과거의 외과의사의 미덕이 되어 버릴 날도 멀지 않았다. (물론 그런 미덕을 갖추면 더욱 좋지만. 이제는 힘 좋다고 외과의사 하는거 아니라는 의미.)
심장 수술을 하는 동안, 심장과 폐는 일시적으로 그 기능을 멈추고, 심폐기 Cardiopulmonary bypass 라는 기계를 사용하여 심장과 폐의 기능을 대신한다. 아직도 나는 이 심폐기를 보면 떨린다.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심장을 멈추게 한다, 그리고 그 사이 수술을 하고 다시 심장을 뛰게 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이 심폐기는 현대 의학의 정점에 자리하고 있고, 이제는 규모와 기능을 줄여 다양한 환자, 수술을 하지 않는 환자라고 그 대상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를테면 급성호흡곤란 증후군 ARDS에서도 최근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게 되면 이렇게 인간 소외의 현상이 일어 날 수도 있다. 수술 방 밖에서 모니터로 수술 장면을 지켜보며 이제 우리는 뭘 하지 라며 걱정하는 외과 의사들.
로봇이 수술방으로 들어오면서 외과의사는 더 어려운 수술을 더 빠르게 정확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직은 시행 초기라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난 아직 손안에 조직이 만져지는 그 느낌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로봇의 조종간을 잡고 하는 수술도 참 멋지지 않은가. 언젠가는 저 console에 내가 앉게 될 날도 있을 것이고.
TRACKBACK :: http://www.sypark.net/blog/tt106/trackback/152
축하해! 첫 집도를 한것만큼이나 의미있는 일이잖아 그치?
스스로 슬럼프라고 생각하지말고 힘내봐,
자잘한 슬럼프보다는 전체적인 인생의 곡선이 중요하겠지?
슬럼프를 넘어선 데미지가 있다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늘 격려해주셔서 고마워요 :-) 몸은 좀 괜찮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