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 여행기 - 1] 우에노 공원

2007/07/28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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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Incheon, Korea
EOS 5D with EF 35mm f1.4 L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가 복잡했다. 처음 북해도로 계획하고 예약까지 다 한 상태에서 직장에 일이 생겨 휴가가 취소되고, 예약취소 위약금까지 지불한 상태에서 또 갑작스럽게 다시 휴가를 받게 되었다. 이미 북해도 비행 티켓은 구할 수 없는 상태. 선배가 형수와 함께 셋이서 여행을 다녀오자해서 그럴까 생각했는데 (동행이, 더욱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동행이 있는게 얼마나 편한가) 아무래도 결혼한지 채 6개월이 안 된 신혼부부와 함께 여행을 가면 결국 내 역할은 하나뿐인듯 해서 고민 끝에 급하게 동경을 목적지를 바꾸었다. 가깝고, 비교적 비행기표가 많이 남아 있는.

그마저도 목요일 밤에 예약한 티켓이, 금요일 낮에 불가능할꺼 같다고 여행사에서 연락이 왔다. 급하게 예약한 내가 잘못이지 싶어 아무 소리도 못하고 다른 여러 여행사를 통해서 계속 알아보다가, 겨우 한 곳에서 발권 20분전에 대기 티켓이 하나 남는다고 예약해준다하여 어렵사리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었다. 처음 들어보는 여행사였는데, 직원들의 성의있는 태도가 고마웠다. 앞으로 예약할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이 곳을 통해서 하리라.



7월 24일 아침 8시 50분 비행기. 새벽같이 일어나 인천 공항에 도착. 또 공교롭게 행선지만 다를뿐 출발 시간마저 비슷한 선배 부부를 만나 아침을 먹고, 헤어졌다. 약 2시간 동안의 비행으로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고, 동경 시내로 나와 숙소가 있는 아사쿠사로 가는 큰 환승역인 우에노에서, 코인 락커에 짐을 넣고, 카메라만 챙겨 역 밖으로 나왔다. 오늘 마음먹은 행선지는, 우에노 - 동경대학교 - 그리고 시간이 남는다면 숙소 주위인 아사쿠사.

사실 앞으로 살면서 일본에 오게 될 일이 몇 차례는 더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때마다 누군가 동행이 있을 것이고, 같은 사람일수도, 다른 사람일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혼자 떠나온 이번 기회에 다른 사람들이 관심이 없어도 나는 꼭 보고 싶었던 곳들을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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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35mm f1.4 L

우에노역은 우리로 치면 영등포역과 비슷한 곳이다, 라고 여행 책자에 나와 있었다. 구 시가 중심에 위치한 대규모의 환승역. 그리고 역에서 나오면 큰 규모의 '우에노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공원 안에는 국립 미술관 및 여러 박물관이 있어 관심이 있다면 들러볼 만한 곳이다. 올해 말 부터 약 6개월간 뭉크전을 한다고 크게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지금은 일본 미술 100선 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 들리지는 않았다.

역에서 나와 처음, 아 뭔가 잘못 왔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공항에서 급행 열차를 타고 역에 내리기 전까지는 계속 실내에만 있었기 때문에 더운지를 몰랐는데 역을 나오니 작열하는 햇빛과 숨이 막힐 듯한 습도. 카메라 감도를 가장 낮추어도 셔터 스피드는 1/1000 초 이상이었다. 아, 휴가때 이게 뭐하는 거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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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35mm f1.4 L

공원 정문에 들어서서 우선은 빛을 피할 곳을 찾다보니 한 쪽으로 신사에 들어가는 입구가 있었다. 여행 안내 책자에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제법 규모가 큰 신사. 혼자 천천히 둘러볼 기회를 이번이 처음이었던지라 흥미있게 둘러 보았다. 물론 앞으로 수없이 보게 될 여러 신사들의 시작에 불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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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35mm f1.4 L

신사라면 어느 '神'을 모시는 곳이어야 하는데, 이 곳은 어느 신을 모시는 곳인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공원 한 편에 자리잡은 것 치고는 꽤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는 곳을 봐서는 유래가 있는 곳이 아니었을까. 이럴줄 알았으면 미리 한자라도 공부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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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35mm f1.4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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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35mm f1.4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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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35mm f1.4 L

신사 입구에는 항상 '天' 자 모양의 구조물들이 있다. '도라이'라고 부르는 구조물인데, 일본에는 새들이 신에서 인간의 소망을 전해준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새들이 와서 쉴수 있는 하늘을 상징하는 구조물들을 신사 앞에 만들어 놓았다. 대게 도라이들은 크기가 크고 웅장한데 비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도라이의 크기가 신사의 규모를 과시하는 수단이 아닐까) 이 곳의 도라이는 사람이 손을 뻗으면 닿을만한 크기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이 곳에는 누군가가 기복의 의미로 돌탑을 만들어 놓았다.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일본의 다신교적인 전통이다. 나는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나름대로의 종교관을 가지고는 있다. 그리고 그것은 특정 종교에 대한 선호나 배타가 아닌, 비교적 관대하고 포용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다신교적인 전통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욱이 그것이 기복적인 의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될때는 더욱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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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24-105mm f4 L IS USM


신사에서 나와 중앙 분수대 쪽으로 향해 걸어가다보니 군데군데 이런 거리의 악사들이 있었다. Aranfez 협주곡을 멋지게 연주하며 자신의 CD를 홍보하던 젊은 기타 연주자, 그리고 짙은 화장에 드레스를 입고 나와 어코디언을 연주하며 오페라의 아리아들을 멋지게 부르던 여자. 한 곡이 끝날때마다 사람들은 박수를 쳤고, 한 할아버지는 쑥스러워하며 자신의 가방에서 과일을 몇 개 꺼내 연주자 앞에 내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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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24-105mm f4 L IS USM

공원 입구에는 '왕인 박사 기념비'가 있었다. 삼국 시대에, 백제에서는 왜의 요청으로 왕인 박사를 파견하고, 이는 일본 고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 분의 기념비가 이곳에 있지만, 이렇게 무성한 수풀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마음먹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아 볼 수가 없다. 우에노 공원 산책로에서 '기요미즈데라' (교토의 정수사를 본따 동경에 만들어 놓은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름이 같다.) 입구를 보면서 우측편 관목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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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24-105mm f4 L IS USM

동경의 정수사의 입구. 참배하러 온 사람들이 참배 의식을 하고 있다. 신사나 절 앞에는 저렇게 손을 씻을 수 있는 곳이 있어 손을 씻고 물을 마심으로서 정화의 의미를 갖는다. 일단의 외국인들이 저렇게 참배 의식을 하고 있었는데, 과연 저들은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하는 것일까. 타문화권의 의식이 신기하게 여겨져 따라 할 수는 있어도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메이지 왕을 모셔놓은 메이지진구에서 한국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소원을 빌 사람이 따라 있지 어떻게 침략의 장본인에게 소원을 빌 수 있단 말인가.




우에노 공원을 나와 공원 옆에 있는 작은 호수를 건너면 동경대 후문이 연결된다. 동경대를 보기 위해 호숫가를 걸었고, 호수 주위에는 여름 마쯔리로 (축제) 사람들이 붐볐다. 물론 저녁이 되어야 사람들이 더 많았을텐데, 한 낮에는 벼룩 시장 처럼 상인들이 소소한 물건들을 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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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24-105mm f4 L IS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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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24-105mm f4 L IS USM

이를테면 이렇게 낡은 중고 카메라같은 것들. 작동은 해 보지 않았지만 더러 괜찮은 상태의 물건들도 있었다. 한 일본인은 노출계를 한동안 작동해보더니 돈을 지불하고 사갔다.

호숫가에는 연꽃을 심어 놓았고, 호숫가 주변으로는 그 연꽃을 찍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에서부터 젊은 학생까지, 수백만원이 넘는 디지털 카메라에서부터 몇 십년된 클래식 카메라까지 저마다 한 짐씩 싸들고 와서 촬영에 열중하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시간이 이미 연꽃이 진 때라 촬영할만한 연꽃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꽃이 진 연꽃단지를 촬영하는 사람들의 열정, 그리고 취미로서의 사진이 이렇게 큰 저변을 차지하고 있는 일본의 현실이 무척 부러웠다. 독일제 카메라를 능가하는 일본제 카메라들, 오래된 독일의 카메라 메이커를 인수하여 다시 클래식 카메라를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의 고집. 단순히 독특한 사람들이야, 라고 말하기에 앞서 이런 저변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드문드문 조그만 축구장들이 참 많이 눈에 띄였다. 그것도 신선한 잔디가 깔려 있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이런 식으로 하면 축구도 우리보다 훨씬 잘하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구나.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기초 체력이 풍부해야 함을 알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성장과 발전은 당연한 일이다. 무조건 질시나 무시는 우리의 아집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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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24-105mm f4 L IS USM

한 켠에서는 얼음 조각 경연대회가 있었다. 조각을 하는 사람도 진지했고 이를 촬영하는 사람들도 진지했다. 기자등을 달고 정식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그리고 분명 아마추어로 보이지만 열정은 프로에 못지 않은 사람들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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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24-105mm f4 L IS U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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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24-105mm f4 L IS USM


우에노 공원을 나오며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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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Earth로 본 우에노 공원와 동경대학의 위치. 이번 여행다니면서 GPS 수신기를 사서 위치 추척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님, 수년내로 카메라에 GPS에 장착되서 나오지 않을까?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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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2007/07/28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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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OS 5D with EF 35mm f1.4


우여곡절끝에, 휴가 중 계획했던 4일간의 동경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 어떤 표현보다도,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듯 싶다. 하지만 이번 여행 내내 다시금 생각하고 또 다시 생각한 것은, 어쨌든 간에 순간순간을 충실하고 즐겁게 지내야 한다는 것, 생각지 않은 방향으로 삶이 흘러간다고 해도 결국은 다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고 추억으로 남게 된다는 것. 모든 것이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아니면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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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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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7 Tokyo, Jap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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