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뭉크

2006/10/01 00:32


전날 두 시간 자고 일하다가 낮에 거의 실신하다시피 쓰러져 자다 오후 4시 되서야 일어난 토요일. 날이 그리 맑지 않아 교외로 나가 볼까 하는 계획 대신에 예전부터 다녀오려던 뭉크전을 보기 위해 덕수궁으로 향했다. 덕수궁은 학생때도 사진 찍으러 자주 들르기도 했고, 서울 시내 안에 이렇게 단정하고 깔끔하며 역사적인 쉼터가 있다는데에 늘 감사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더욱이 내가 아주 어렸을 적에 (3-4살 정도였다고 하는데) 어머니를 따라 서울 시내에 나왔다가 어머니를 잃어 버렸는데, 놀라서 날 찾아 다니던 부모님과는 달리 난 태연하게 대한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 앞 대로변을 지나는 차들을 구경하고 있었다고 한다. --;

Munch의 Kiss

이번 전시회는 벨기에의 화가 롭스와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두 작가들이 그려낸 여성상, 주로 '팜프파탈'의 이미지를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었다. 뭉크야 널리 알려진 작가이고, 그의 '마돈나' 나 '사춘기'등의 작품은 이전에도 매체를 통해서 접할 수 있었지만, 롭스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그의 그림이 섬세한 묘사와 뛰어난 상상력과 재치를 뺴고는 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뭉크의 사진은 관람자들에 따라 거북하게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가 앓고 있던 신경증적인 성향과 그의 psychodynamic을 결정한 사건들을 관련지어 생각해보면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졌다. 그나저나, 뭉크의 어머니와 누이도 약 100년 전에 결핵으로 사망했는데, 이 결핵이라는게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는 병이라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세상은 살기 좋아지고 영양상태도, 위생상태도 좋아지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Munch의 Kiss 였는데, 뭉크의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신경증적이고 강박적인 모습, 불안과 초조, 죽음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남녀가 하나됨과 포근함을 준다. 실제 전시물은 이보다 더 따뜻한 느낌이었다.







아직 덕수궁에는 '완연한' 가을이 찾아오지는 않았고, 대신 초가을의 선선한 바람과 여유로움이 있었다. 기록 삼아 몇 장 남김.


덕수궁 미술관


덕수궁 석조전,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석조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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