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원

2007/02/0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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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낮 인터넷 신문을 보다 시인 오규원 선생님이 지난 2월 2일 돌아가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내가 전공하는 분야의 질병인 '폐렴'과 '폐기종'으로 인하여. 물론 폐기종으로 인한 폐렴이 악화되었을테고, 그러니 호흡기 내과로 입원하셨을테고, 외과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가 연락을 받을 일이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정말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 내 전공의 질환으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니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짐은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실례가 될지 모르지만, 전산으로 임상병리 결과와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띄워보면서, 그리고 동기 내과 레지던트가 적어 놓은 경과 기록을 읽어 보면서 시인이 겪었을 고통이 전해지는 듯 했다. 모든이의 죽음은 같은 고통을 지닌 죽음일텐데, 시인의 죽음이 내게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어찌보면 우습고 편파적일수 있겠으나, 그것이 인간적인 모습이 아니겠냐고 변명하고 싶다.


그를 처음 시인으로서 알게 된 것은 그의 '한 잎의 여자'를 읽게 되면서 였고, '현대 시작법' 같은 시작 개론서도 꽤 반복해서 몇 번인가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한 잎의 여자'는 시인의 대표작이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연시이지만, 첫 시를 변용하여,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후의 연작들이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읽히곤 한다.

하지만 시인이 돌아가시고 나니 그의 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그의 '죽고 난 뒤의 팬티'라는 시이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나이에 돌아가셨고, 돌아가신때에는 중환자실에서 고생을 하셨겠으나, 시에서 그랬듯 정작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의 소시민적인 어리석음이듯, 그렇게 죽음을 가볍게 여기고 편안히 가셨으면 좋겠다.




가벼운 교통사고를 세 번 겪고 난 뒤 나는 겁쟁이가 되었습니다. 시속 80킬로만 가까워져도 앞좌석의 등받이를 움켜쥐고 언제 팬티를 갈아입었는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재빨리 눈동자를굴립니다.

산 자(者)도 아닌 죽은 자(者)의 죽고 난 뒤의 부끄러움, 죽고 난뒤에 팬티가 깨끗한지 아닌지에 왜 신경이 쓰이는지 그게 뭐가 중요하다고 신경이 쓰이는지 정말 우습기만 합니다. 세상이 우스운일로 가득하니 그것이라고 아니 우스울 이유가 없기는 하지만.

- 오규원, 죽고 난 뒤의 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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