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2006/12/11 22:26


3개월에 한 번씩 근무지를 바꾸는데, 일반흉부에서의 석달이 지나고 다시 심혈관센터의 소아심장파트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병원 심사 기간이라 근무지 변경이 약 10일 정도 늦어지기는 했지만.
근무지를 옮길때마다 병동이나 중환자실에서 조그만 카트를 빌려 짐을 실어 옮기곤 한다. 지난번 이사때는 책을 그리 많이 옮기지 않아 몇 달 사이 구입한 책 몇 권과 옷가지들, 그리고 사소한 잡동사니들, 노트북 컴퓨터와 카메라까지 하면 카트 하나가 가득 찬다. 예전에 아는 분 홈페이지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가끔씩 이사를 다니다 보면 자신에게 얼마나 불필요한 짐들이 많은가를 깨닫게 된다고. 비슷한 생각을 한다. 만약 내가 당장 내일이라도 불의의 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그 많은 잡다한 것들은 다 어떻게 될까. 죽음을 전제한다면 삶이 얼마나 불필요한 것들로 채워져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죽음을 생각하는 일, 이사를 하는 것, 낯선 곳으로 떠나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들이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져다 주곤 한다.


성인심장파트는 겨울이 되면 수술이 너무 많아지지만, 소아심장파트는 방학 특수만 잘 넘긴다면 그럭저럭 여유있게 보낼 수 있다. 아이들을 봐야 한다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만 잘 이겨낼 수 만 있다면 말이다. 오늘처럼 오전에 수술 하나 마치고 오후 내내 교과서도 읽고 논문도 찾아보고 하면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들이 좀 되는 셈이다. 이번 겨울은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by
category : Trace of life
TAG : 이사

Search Results for '이사'

1 POSTS

  1. 2006/12/11 이사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