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당직

2007/04/14 17:03

 

오늘은 과 동기이자 학교 선배인 상호형이 결혼하는 날. 요 며칠동안 힘든 수술을 많이 했지만 환자들 경과가 좋아 잠시 병원을 비우고 동문회관에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금요일 저녁에 온 환자때문에 결국은 혼자 병원을 지켜야 했다. 흉선암 말기에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한 폐렴으로 응급실 오자마자 기관삽관을 해야 했던 환자였는데, 지금 파견 나온 병원의 중환자실에 빈 자리가 없어 연고지 근처의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그 쪽으로 옮기시라고 말했지만,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는 말에 더 설득은 안 되겠다 싶었다.

결국 응급실에서 하루 이상을 보내고, 중환자실에 자리가 생겨 올라올 수 있었다. 다만, 그 한 자리를 얻기 위해 마취과 의사들을 얼마나 닥달했는지는 현장에 같이 있던 사람들만 알듯. 하지만 같이 응급실에서 있던 상태가 안 좋은 환자들의 보호자들이, 누구는 중환자실 가고 누구는 여기 남겨두냐고 꽤 소란스러운 모양이다.


아주 냉정하게, 환자의 상태를 통해 치료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며, 환자건 보호자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라는 걸 강조하고 얘기를 끊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냉정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렇다고해서 없는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고, 중환자실에 있는 사람을 빼 낼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인구대비, 그리고 지역대비 3차 의료기관이 외국에 비해서 많다고들 하지만, 그래서 의료 자원의 균등한 분배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무조건 큰 병원 아니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보호자들도 문제가 있다. 의사가 객관적으로 판단하기에 2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도 2차 병원으로 무조건 가지 않겠다고 하는 건 정말 난감하다.

하지만, 뭐, 나이가 들어서 그런건지, 골치아픈건 싫은 건지, 딱 드는 생각은, 외료 제도가 어떻고 사람들 인식이 어떻고 그런게 아니라, 중환자실에 왔으니 응급실에서보다는 승산이 생겼군. 이제 장기전을 준비하고, 그래도 꽤 가능성이 있겠군, 이런거다. 중환자실을 모니터를 보고 있으니 응급실에서보다 안정적인 혈압에 마음이 놓인다.


그래도.. 봄이다 --; 이런 --;



사용자 삽입 이미지

2주 전 모교로 산책나갔다 찍은 사진. EOS 5D + EF 50mm 1.8

2007/04/14 17:03 2007/04/14 17:03
by 박성용
category : Trace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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