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2006/12/25 01:01

요즘은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라 특정 작가에 대한 선호를 말하기 어렵지만, 학생때는 폴 오스터의 소설을 재미있게 많이 읽었다. 달의 궁전이나 우연의 음악, 뉴욕 3부작 같은 작품들은 아직도 시간이 있을때면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이 비주얼이 강하고, 또 빠른 리듬감을 주면서 그로 인해 읽는 재미가 있고 한편으로도는 촌철살인의 위트와 해학이 넘치는 소설들.

하지만 정작 폴 오스터를 직접 만나보면 웬지 삐딱하고 요즘 표현으로 '까칠'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꺼 같은데, 그런 면에 있어서는 나하고도 어떤 면에 있어서는 잘 맞을 것 같기도 할 것 같다. 물론, 내가 살면서 폴 오스터를 실제로 만나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겠냐 만은. 사람 알이야 모르는 일이나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서도.

무엇보다 그의 글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그의 자전적인 소설인 '빵 굽는 타자기' 영어 원제는 'Hand to mouth'에 실린 서문에 나온 부분이다. 작가가 되기로 마음 먹고 고생을 한 입지전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 부분인데, 그는, '작가'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아갈 각오를 해야 한다.

'작가'라는 단어는 또 다른 단어로 바꾼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가끔씩 나 스스로에게 내 직업을 이 '작가'라는 단어 대신에 넣어서 스스로에게 되 뇌이곤 한다. 그리고는 스스로 비장한 마음을 느끼고는 뿌듯해하곤 한다. 나 역시 가끔씩 듣는 질문, 왜 흉부 외과 의사를 선택 했느냐는 질문에, 아주 단순하게, 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보다도 심오하게, '다른거 할께 없어서요'라고 대답하곤 한다. 사실 현실적인 기준, 현실적인 가치로는 다른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었지만, 내가 이걸 하지 않는다면 나이들어서 분명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이들어 죽기 전에 내가 내 삶을 통해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한다면 바로 이것일꺼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것들이 가져다 줄 수 있는 부수적인 편안함과 물질적인 안락함은 포기하기로 했다. 정신적인 괴로움과 황폐함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니, 이것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된 것으로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두통에 시달리다 낮에 너무 많이 자 버린 날 밤, 잠이 오지 않아 폴 오스터의 책을 뒤적이다 몇 자 적본다.

by
category : Trace of life

Search Results for '폴 오스터'

1 POSTS

  1. 2006/12/25 빵굽는 타자기, 폴 오스터 (9)